도봉구 도봉동에 살고 있는 도봉순은 타고난 괴력을 가진 존재다. 조상 대대로 여자들에게 전해진다는 그 신비한 힘을 봉순이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힘을 잘못 쓰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는 봉순이는 함부로 힘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문제의 그날 전까지는 말이다.

축구공도 UFO가 된다;
도봉동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사건들, 도봉순의 괴력이 세상을 구한다

조상 대대로 모계 유전되는 괴력. 그 유산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봉순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힘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중요했지만 봉순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짝사랑하는 국두의 한 마디였다. 그저 슬쩍 지나가는 말로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봉순이는 국두 앞에서는 나약한 여자로 연기해왔다.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힘은 불의를 보며 깨어났고, 이를 목격한 '아인소프트'의 대표 안민혁에게 스카우트를 당한다. 그렇게 봉순의 힘은 시스템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누구도 인정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그 힘을 원하고 있고, 그런 힘이 매개가 되어 연결된 이들의 운명은 거대한 세력과의 싸움을 앞두게 되었다.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안민혁은 의도적으로 게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살아가는 존재다. 돈만 보고 접근하는 한심한 여자들에 대한 경계심이기도 했다. 안민혁의 아버지는 조폭이다. 밖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사망한 후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살아야 했던 민혁은 세 명의 형에게 더는 당할 수 없어 스스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게임 회사를 차린 민혁은 남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걸으면 문제가 생기고는 한다. 민혁을 노리는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게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자신을 위협하는 누군가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힘쎈여자 도봉순을 스카우트했다. 24시간 곁에 두고 싶은 그 여자. 그게 사랑인지 뭔지 모호하지만 민혁은 봉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시작했다.

경찰대를 나와 현장의 형사로 살아가고 있는 국두는 여전히 용맹하다. 그리고 봉순이 나약한 존재라고만 생각한다. 자신들이 사는 도봉동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납치 사건으로 인해 민감해진 국두는 친구 봉순이 위험에 처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병원에서 몰래 환자를 빼간 범인이 봉순이를 봤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친구였던 봉순이를 지키려는 국두의 마음과 달리, 민혁과 연결된 봉순이의 행동은 위험해 보이기만 한다. 국두는 봉순이 엄청난 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봉순을 사이에 두고 민혁과 국두가 삼각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음은 시작 전부터 예고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해 국두의 여자친구가 봉순의 쌍둥이 동생인 봉기를 사랑하게 된다는 방식으로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도봉동에서 살인 납치극이 벌어지고, 뒤이어 조폭들까지 꼬이기 시작했다. 봉순에게 된통 당했던 조폭들의 두목 백탁(임원희)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백탁은 민혁의 아버지와 악연이라는 점에서 이들 관계는 보다 복잡해지는 구도를 가지게 되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형제간 재산 싸움으로 추정되는 민혁에 대한 협박 사건과 사이코패스 납치 사건이 그것이다. 두 사건 사이의 공통점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 둘을 연결하는 인물이 도봉순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모두 그녀의 손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엄청난 괴력을 가진 도봉순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백탁. 민혁에게 사제 총으로 구슬까지 쏜 자가 형제들일 것이라 확신한 상황에서 묘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민혁의 편이었던 둘째 형이 결국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런 흐름의 공식이니 말이다.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둘째 형이 사이코패스 여성 납치범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정품 디자이너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는 것은 재력가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런 재력과 기괴한 성향을 가진 인물은 자신의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단 점에서도, 민혁의 편에 서 있는 듯한 둘째 형이 유력해 보이기도 한다.

극단적인 코믹 요소를 배제하면 이야기는 허술하다. 진부한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그리고 캐릭터들 간의 화학 작용도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위적인 부분들도 많이 드러난다. 이런 아쉬움마저 감내하고 보게 만드는 것은 결국 만화와 같은 코믹 상황극이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괴력을 가진 여성의 좌충우돌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루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도 괴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니 말이다. 김원해로 대표되는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기들은 이 만화 같은 상황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거부감이 적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청률의 이유는 이런 요소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코믹한 만화 같은 힘쎈 여자 이야기에 섬뜩한 장르물에서나 등장하는 기괴한 사이코패스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힘쎈여자 도봉순>은 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이후 흐름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4회까지 방송된 <힘쎈여자 도봉순>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더 두드러졌다. 박보영 효과도 무실할 수 없다. 그리고 여성팬들이 많은 박형식과 지수 역시 중요한 흥행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유쾌한 만화에 기괴한 범죄 수사물이 함께하는 이 드라마는 봉순이 범인을 확신하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괴해지고 있는 도봉동에서 벌어지는 전설의 도봉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