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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은 '미친법'…다시 논의해보자"[인터뷰] 변영주 영화감독, 김정헌 전 문예위원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09.10.21 16:44

"미디어법은 '바보'다." (변영주 영화감독)
"미디어법은 '미친법'이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습을 드러낸 변영주 영화감독,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은 "미디어법은 OOO이다!"라는 문장에서 빈칸을 채워달라고 부탁하자 '바보' '미친법'이라는 단어로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미디어법이 내용적·절차적으로 결함투성이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각 영화감독, 서양화가인 이들이 헌재 앞에서 '미디어법 무효 판결'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1인 시위를 진행한 변영주 영화감독(왼쪽)과 김정헌 전 문예위원장(오른쪽). ⓒ곽상아  
 
변영주 감독은 "미디어법의 핵심은 자본이 미디어 분야에 들어와서 (미디어를)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일정부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부여당은 방송의 공정성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모든 걸 풀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날치기했기 때문에 정작 시민들이 이 법을 잘 모른다. 다시 이 법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헌 전 문예위원장은 '조중동방송'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조선일보는 서민들을 교묘하게 잘 속인다는 점에서 단연 '1등'입니다. 동아일보는 더 질이 나쁜 신문이죠. 미디어법은 안그래도 못되먹은 이들 신문의 방송장악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 아니겠어요?"  

변영주 감독은 대선, 총선에서 이긴 후 미디어법을 밀어부치는 정부여당의 모습을 '기말고사에서 최고점을 맞은 학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말고사에서 최고점을 받은 학생이 교사에게 '(이번에 최고점 받았으니) 앞으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최고점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자신들을 '보수'라고 하는데 보수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원칙'입니다. 재투표, 대리투표를 동원해 미디어법을 날치기한 것은 자신들의 지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닌가요? 부디 떳떳한 보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변 감독은 "방송계의 이같은 현실이 영화계와 무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미디어법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방송이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 이는 영화계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부여당이 미디어법 추진의 근거로 '여론다양성'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모든 방송채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동정행보만 나오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곽상아  
 
변 감독과 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를 비판한 문화예술단체들에 대한 예산지원이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영화인들의 시국선언에도 참여한 바 있는 변 감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에 2번씩 제공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지원이 완전히 끊겼다. 문화예술계도 억압을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인권영화제, 국제노동영화제 등은 올해 영진위의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바 있다. 

변 감독은 "이 정부는 부산영화제도 '좌파'라고 한다"며 "영화인으로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정권에 의해 '좌우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지난 10년간 받았던 예산지원이 대폭 줄어들거나 없어져버렸다. (정부 비판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지원을 끊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이라며 사퇴압박을 받다가 끝내 문화부로부터 해임된 김 전 위원장. 그가 제기한 해임무효소송은 내달 4일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문화부의 해임 사유인 '기금 손실'을 이유로 오광수 현 문예위원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민사소송이 기각되자 다시 항소했다고 밝히며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생계형 겁박'"이라고 말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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