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을 1주일여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국회의원, 영화배우, 목사가 동시에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서로 의도하지 않았으나 한 자리에 서게 된 이들은 '날치기 언론악법은 무효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바르고 신속한 심판을 촉구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통해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 왼쪽부터 천정배 민주당 의원, 문성근 배우, 김현기 목사 ⓒ곽상아
이중 헌법재판소 건물을 향해 두손 높이 피켓을 들고 있는 이는 바로 영화배우 문성근씨다.

헌재를 향해 서있는 이유를 묻자 문씨는 "헌재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조마조마해서 나왔다. 국민들이 정말 초조해하면서 이번 판결을 기다리고 있음을 헌재 재판관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팔이 좀 아프지만 참을 만하다"는 문씨. 그가 1인 시위까지 나설 정도로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명했다. "미디어법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처럼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추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씨는 미디어법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조중동에 대해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은 그동안 행정부에게 집중됐던 권력을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족벌신문은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버렸다"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시민들은 권력화된 언론을 향해 '본분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연주 전 KBS사장의 해임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직후, 우연히 갖게 된 술자리에서 한 판사가 한참을 울더라구요. '이게 뭐냐' '양심껏 살고 싶다'면서…."

문씨는 "7,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사법부가 권력을 위한 판결을 내릴 때는 '권력의 폭압 탓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이해해주는 측면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헌재가 미디어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다면 사법부는 자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법을 자행하는 권력에 몸을 던져 야합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배우 문성근씨 ⓒ곽상아
대표적인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꼽히는 문성근씨는 '김제동 퇴출'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문씨는 "연예인보다는 문화예술인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하며 "실질적으로 김제동씨는 정치적 활동이나 발언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것은 (김제동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식전 행사 사회를 본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씨는 "시민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연예인이 사회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문씨는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정부 협상을 비판한 배우 김민선씨 등을 '어린 팬들을 자극하는 선동질'이라며 비난한 보수 언론에 대해 "(미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이 논조를 바꾸면서 선동을 한 것에 대한 반성부터 먼저 해야 한다"며 "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꺼리는 것에 보수언론이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 참여를 하면서 배우로서 잃은 것은 무엇인가. 갑자기 섭외가 취소되는 등의 압박이 들어왔었느냐"는 물음에 문씨는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냥…그냥….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죠. 허허. 저도 인간인데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참 힘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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