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고소영이 돌아왔다. 그 사실만으로 왠지 흥분되며 기대감에 부푼다. 고소영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전성시대에도 흔치 않았던 드라마로 만난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런데 부풀기만 하던 기대감이 하나의 고민에 부딪혔다. 우리는 고소영의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지?

고소영에 대한 기억과 어떤 설렘은 여전한데 그녀의 연기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없기 때문에 생긴 작은 혼란일 것이다. 그래도 온다니 즐겁기는 한데, 하필이면 매우 힘든 상황에 뛰어든 것이 적잖이 우려가 된다. 하필이면 제목에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연기하겠다고 나선 고소영에게나 그녀를 기다리는 시청자에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

그나마 고소영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캐릭터가 소위 씨에프 스타일이 아닌, 지지고 볶는 현실적인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소화해낼 수 있느냐겠지만 일단은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는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완벽한 아내> 첫 회에는 뭔가 강렬하게 어필할 상황이 많지 않았거나 아니면 못 한 것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콕 집어서 연기력을 문제 삼을 정도도 아니어서 아직은 평가의 외줄 위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분명 주연급 배우인 조여정이, 고소영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할 드라마에 카메오가 아닌 소위 주조연으로 출연을 한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소영과 조여정의 역할이 바뀌어야 정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말이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프로필 사진이 주는 어떤 존재감도 그렇다. 그러나 호사가들이 뭐라 떠들건 조여정은 이 역할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꼭 하고 싶었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니 뭐라 할 말은 없겠지만 캐릭터만큼이나 조여정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유도 무척이나 미스터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여정은 현실에는 없는, 너무도 착한 건물주로 등장한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

사실 고소영과 조여정이 겹치는 장면은 비주얼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눈이 호강이다. 거기에 유일한 걱정거리이자 최대의 기대인 연기와 대본이 함께 받쳐준다면 <완벽한 아내>는 우리가 알던 고소영과 우리가 몰랐던 고소영을 둘 다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일단 <완벽한 아내> 첫 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알던 고소영은 여전했고, 몰랐던 고소영은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지만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할 정도는 됐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고소영의 친구로 등장하는 김정란과 정수영의 역할이 은밀하고 묵직하게 작용하게 될 것도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목부터 <완벽한 아내>인 만큼, 2017년의 여성들이 요구하는 완벽한 아내상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근래 우리사회는 페미니즘의 면역반응을 거치는 중이다. 그럴 때 드라마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 한다. 고소영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평가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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