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지난 26일 막을 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인 26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의 최종전(3차전)에서 10-0으로 대승,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1차전에서 카즈흐스탄에 0-4로 패하면서 일찌감치 금메달에서는 멀어졌지만 ‘숙적’ 일본에 완승을 거두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26일 일본 삿포로 츠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아이스하키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의 이와 같은 성적에는 외국 출신의 귀화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한국은 그동안 대표팀 전력 향상을 위해 우수인재 특별귀화제도를 통해 외국인 선수들을 받아들였고, 이들의 훌륭한 기량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대표팀 전력 상승에 매우 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 대표팀의 전력은 일취월장했다.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을 비롯해 에릭 리건(안양 한라), 브라이언 영(하이원), 마이크 테스트위드(안양 한라),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 등 5명의 귀화 외국인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출신의 맷 달튼은 미국 대학 1부리그에서 활약했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명문 보스턴 브루인스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결국 NHL 무대를 밟지 못하고 러시아 중심의 유럽리그인 KHL에서 3년 동안 활동한 뒤 한국으로 진출,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MVP에 오른 바 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간판 수문장인 맷 달튼(30·안양 한라). 캐나다 출신의 달튼은 지난해 3월 31일 법무부의 귀화 적격 심사를 통과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사진출처 연합뉴스)

역시 캐나다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하이원에 입단해 지금까지 활약 중인 마이클 스위프트는 아시아아이스하키리그(AHL)에서 정규시즌 MVP 최다 포인트상 최다득점상 최다어시스트상을 모두 수상한 경험이 있는 선수다.

마이크 테스트위드는 처음 아이스하키를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세계적인 스키 선수 토비 도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화제가 된 선수로 2015~2016시즌에는 득점랭킹 선두를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골 결정력을 지닌 선수다.

에릭 리건은 ‘공격형 수비수’로 불리는 전천후 선수로 AHL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베스트 디펜스에 올랐고, 세계선수권 5경기 출전 1골을 기록하며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브라이언 영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지닌 수비수로 거친 몸싸움과 저돌적인 플레이가 특징이자 장점인 선수다. AHL 2011-2012 베스트 디펜스였다.

부상으로 이번 삿포로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는 빠졌지만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할 귀화 선수로 2008-2009시즌 AHL MVP와 득점왕, 포인트왕, 2009-2010시즌 플레이오프 MVP, 2014-2015시즌 어시스트왕으로 한국 대표팀 선수로 세계선수권 20경기에 출전해 6골 12어시스트를 기록한 공격수 브락 라던스키도 있다.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의 주 공격수이자 외국인 귀화 선수 1호인 브락 라던스키 Ⓒ연합뉴스

이번 삿포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아이스하키 대표팀 23명 가운데 외국인 귀화 선수의 비율은 21% 정도다. 대표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귀화 선수인 셈이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번 삿포로 엔트리에 빠진 라던스키를 포함시키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이와 같은 대표팀 내 귀화 선수 비율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두 명도 아니고 5-6명의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시켜 국제대회에서 어떤 좋은 성적을 낸다 한들 그것을 온전히 한국 아이스하키의 업적을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사실 한국 스포츠는 그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등 국내에서 개최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또는 특정 종목의 메달을 위해 여러 차례 국가대표로 뛸 만한 기량을 지닌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려 추진했었고, 그때마다 만만치 않은 논란을 겪었고 상당수의 경우 귀화가 무산됐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분야에서 귀화 선수를 통해 대표팀 전력 상승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일로 통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4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을 앞두고 22명의 선수단 가운데 15명이나 외국 출신(캐나다 14, 이탈리아 1)으로 채우기도 했고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은 8명,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11명의 귀화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26일 일본 삿포로 츠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아이스하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대표팀 귀화 선수들이 카자흐스탄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기며 금메달을 따낸 카자흐스탄도 NHL 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들을 귀화시켜 국가대표 선수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아이스하키도 이와 같은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 좋은 성과를 낸 케이스로 볼만하며,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성공 사례는 귀화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한국 스포츠계 내부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 획득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한 백지선 감독이 ‘대표팀에 귀화한 외국인 선수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6-7년을 뛴 선수들이다. 내 눈에 그들 모두는 한국인이다. 물론 피부색이나 눈 색깔이 다를지는 몰라도 그들은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어를 말할 줄 알고, 동료들의 존경을 받는다. 내 눈에는, 그리고 그들의 눈에도 그들 모두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인이다"

백지선 감독의 이 한 마디는 앞으로 한국 스포츠가 귀화 선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어떻게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게 할 것이며, 또 국내 스포츠계나 스포츠팬들은 귀화 선수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하나의 좋은 기준이자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결국 외국 출신의 귀화 선수는 단순한 ‘용병’이 아니며, 선천적인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국민으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서 그들이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기여해 얻은 성과는 온전한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과로서 받아들여도 된다는 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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