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과 박병호가 같은 날 홈런을 쳤다. 시범 경기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이 모든 경기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가 보장되지 않은 신분이라는 점에서 시범 경기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 선수의 홈런은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황재균과 박병호, 위기의 코리안리거는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초반 엄청난 파괴력으로 메이저리그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박병호가 돌아왔다. 메이저 1년 차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박병호는 미네소타에서 버려진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직 많은 연봉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구단인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버리겠다는 선언은 현지에서도 충격이었다.

다른 팀으로 가지 못한 박병호는 마이너에서 메이저 진출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시범 경기에 나선 박병호가 첫 경기부터 멀티 안타를 쳐내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여전한 힘을 보여주었다. 중앙 펜스를 훌쩍 넘기는 강력한 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황재균은 더 어려운 상황에서 시범 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도전도 하지 못하고 굴욕적으로 물러났던 그는 다시 도전해 샌프란시스크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SF에서 메이저리거가 아닌 마이너 계약을 하며 당장 그 좁은 문을 뚫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이저 진출을 하지 못하면 마이너에서 지내거나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황재균이 넘어야 할 산은 박병호보다 더 높고 험하다. 첫 시범 경기에서 삼진만 당했던 황재균은 두 번째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주자를 두 명이나 둔 상황에서 밀어서 펜스를 넘기는 삼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황재균의 홈런을 보면 자연스럽다. 그리고 밀어서 펜스를 넘긴다는 것은 힘과 기교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전날 경기에서 삼진과 수비 실책까지 범하며 메이저리그 첫 선을 보인 황재균은 아쉬움이 컸다.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같은 날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은 반갑고 고무적이다. 하지만 황재균은 홈런을 치자마자 교체되었다. 수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다. 황재균에 대한 SF 보치 감독의 관심도가 조금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많은 선수들을 시범 경기에서 봐야 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집중적인 기회를 줄 수는 없다. 아직 황재균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명확하다. 홈런을 통해 파워는 분명 증명되었다. 하지만 시범 경기에서 홈런 한 방으로 메이저 티켓을 얻을 수는 없다.

3루수로 출전 기회를 노리는 황재균으로서는 홈런보다는 안정적인 타격감과 수비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황재균은 시범 경기에 보다 많이 출전해야 한다. 많은 경기에 나와 자신이 충분히 메이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치 감독에게 증명해야 한다.

박병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병호는 황재균에 비해 조금은 편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방출 위기까지 경험했기에 부담은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메이저 경험을 했던 박병호라는 점에서 두 번째 시즌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기술적인 변화는 없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 달라졌다고 했다. 몰리터 감독이 언급한 정신적인 측면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박병호의 실력을 몰리터 감독은 알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첫 해 보여준 아쉬움을 생각해보면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엘지에서 넥센으로 팀을 옮기며 박병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많은 기회와 믿음이 만든 결과였다. 박병호 역시 그렇게 믿어준다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 점에서 박병호의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며 중앙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쳐냈다. 황재균은 기교와 힘을 담은 밀어 친 홈런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 최고인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놓기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프로야구리그에서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 테임즈는 시범 경기 두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병호와 황재균, 테임즈로 이어지는 타자들의 시범 경기는 중요하다. 세 선수는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다. 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다면 결국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기대치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많은 야구팬들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위기의 박병호와 기회를 노리는 황재균에게 시범 경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범 경기에서의 맹활약이 절실한 그들이 같은 날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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