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독일에선 지난 2월 12일 치러진 연방대통령선거를 시작으로 3월 26일 자알란트 주, 5월 7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5월 14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각각 의회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2017년 9월 24일로 계획되어 있는 독일연방총리선거에선 현 독일 연방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총리와 전 유럽의회 의장 마르틴 슐츠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가면서 현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Union(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과 SPD(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이 파기됨에 따라 정치판도의 예측이 어렵게 되었다. 한편, 여러 언론에서는 작년 말부터 좌파성향의 정당들인 좌파당(die Linke)과 녹색당(die Grüne)이 SPD와 연정을 맺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SPD의 대표와 좌파당, 녹색당 소속 연방하원의원들이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독일 연방총리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독일의 각 정당들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SPD, 10년 만에 Union(CDU/CSU연합)의 지지율 앞서

제1공영방송 ARD가 월 2회 진행하는 정기설문조사인 ‘ARD-DeutschlandTrend’의 1월과 2월 조사결과는 급변하고 있는 독일여론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7년 1월의 1차 조사(1월 5일 발표)에 따르면 CDU와 CSU의 정당지지율은 37%, SPD 20%, 2차 조사(1월 27일 발표)에서도 CDU와 CSU의 지지율은 35%, SPD는 23%로 나타나 현재여당 Union의 강세가 이어졌다. 그때까지는 2016년 중순 이후로 정당 지지율 20%~23%를 유지하던 SPD는 Union의 연정정당으로서 역할을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반전은 2017년 1월 말부터 시작된다. SPD에선 올해 연방총리선거 출마자로 부수상이자 경제/에너지부장관(현 외교부장관, 부수상)을 맡고 있던 지그마어 가브리엘과 마르틴 슐츠 2인 중 1인을 선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마르틴 슐츠가 현재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SPD 내에서도 마르틴 슐츠의 입지가 높아진다. 올해 1월 24일 지그마어 가브리엘은 ‘마르틴 슐츠가 더 좋은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에’(Weil Schulz die besseren Chancen hat)라고 말하며 SPD의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연방총리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하게 된다. 그 결과 1월 24일, 자연스럽게 마르틴 슐츠가 SPD의 전당대회를 거쳐 당대표와 연방총리후보를 맡게 되었고 SPD는 총선캠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ARD-DeutschlandTrend 2월 1차, 2차 조사 결과(양자대결(좌), 정당지지율(우)) /출처: ARD-DeutschlandTrend 2017년 2월 1차; 2차; 원저작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ARD의 2월 조사에선 그야말로 ‘마르틴 슐츠 효과’(Martin-Schulz-Effekt)가 정당지지율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2월 2일에 발표된 1차 조사에 따르면 CDU와 CSU의 지지율은 34%로 소폭 하락한 반면 SPD의 지지율은 28%로 1월 대비 5~8% 증가했고, 2차 조사(2월 24일)에서는 32%의 지지율을 보여 31%를 기록한 Union의 지지율을 넘어서는데 이 결과는 10년 만의 쾌거였다. Union의 총리후보이자 4선을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과 SPD의 마르틴 슐츠의 양자 간 지지율 결과에선 1월 2차 조사에서 각각 41%로 동률을 보였지만 2월 2차 조사에선 앙겔라 메르켈이 34%를 보인 반면 마르틴 슐츠는 50%로 격차가 벌어진다.

마르틴 슐츠 효과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의문이지만, 현재 상황은 2012년 당시 3선을 노리고 있던 앙겔라 메르켈총리와 SPD의 대표였던 페어 슈타인브뤼크의 경쟁에서 49%대 38%로 뒤처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상황이다. 또한 현재의 구도라면 SPD는 CDU/CSU와의 대연정 대신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맺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2월의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과반을 넘진 않지만 SPD와 좌파당, 녹생당의 연정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SPD-좌파당-녹색당(R2G) 연정이 연방정부에서도 가능한가?

SPD와 좌파당, 녹색당 연정은 각 정당의 대표하는 색(SPD와 좌파당 빨강, 녹색당 녹색)을 따서 만든 R2G은 과거 ‘적적녹 연정’으로 불리며 튀링겐 주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2014년 9월 치러진 튀링겐 주 의회 선거에서 CDU가 33.5%, 좌파당 28.2%, SPD는 12.4%, AfD(독일을 위한 대안) 10.6%, 녹색당 5.7%의 순으로 득표한다. 2009년 선거와 비교했을 때 SPD의 지지율은 6.1%를 잃은 반면 극우정당 AfD이 10.6%를 얻는 결과를 낳았고, 그 결과 91개의 의석 중 34석은 CDU, 28석 좌파당, SPD 12석, AfD 11석, 녹색당 6석으로 분배된다. 5개의 정당이 의석을 분배한 결과 1개의 당이 정부수립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연정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독일 차기 총리는 누구? 메르켈(우)과 슐츠(좌)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SPD는 당시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CDU와 연정을 맺기보다는 대표적 좌파정당인 좌파당/녹색당과 협상을 시작했고, 수개월의 협상을 거쳐 제2정당인 좌파당을 대표로 한 적적녹 연정정부 수립에 합의한다. 2년이 지난 2016년 9월, 베를린 주 의회 선거에서도 적적녹 연정이 만들어진다. 160개의 베를린의회 의석 중 SPD는 21.6%의 득표로 38석, CDU는 17.6%의 득표로 31석, 좌파당 15.6%로 27석, 녹색당 15.2%로 27석, AfD 14.2%로 27석, FDP(자유민주당) 6.7%로 12석이 분배된다. 이 선거 역시 SPD와 CDU는 5~7%가량 득표율이 떨어진 반면 좌파당과 AfD, 중도좌파성향의 FDP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결과였다. 제1당이 된 SPD는 그 동안 연정을 맺고 있던 CDU대신 좌파당/녹색당과 연정을 맺어 12월 1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적적녹 연정이라는 용어대신 ‘R2G’(Rot-Rot-Grüne)로 불리기 시작한다.

R2G 연정이 두 차례 체결되면서 연방정부, 즉 하원에서의 세 정당의 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도적이다. 그동안 SPD는 CDU와 CSU 연합과 함께 난민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국민 안전에 대한 문제와 극우세력의 부상으로 인해 그 입지가 약해졌다. 또한 최근 들어 SPD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및 그의 소속정당에게 난민정책의 수정을 요구해왔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정책방향에서의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SPD가 좌파당이나 녹색당과의 연합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다. 역시 최대 이슈인 난민문제에서부터 노동정책, NATO, 독일 해외파병철수문제 등은 이미 표면적으로 이견차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이견에 대해 녹색당 소속 디터 야네체크 연방하원의원은 좌파정권 수립을 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좌파당의 전 원내교섭대표 그레고르 기지는 스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타협을 통한 연정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책방향에 대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ARD의 2월 1차 정기조사에선 연방정부에서 정당 간 연정관계에 따른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의 대연정인 CDU/CSU와 SPD의 연정 지지율이 43%로 가장 높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R2G연정의 경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황을 보면 SPD는 현재의 대연정을 유지하기도, R2G 연정을 연방정부까지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RD-DeutschlandTrend 2월 1차 조사(다음 정권 여당 선호(좌), 연정에 따른 지지율(우))/ 출처: ARD-DeutschlandTrend 2017년 2월 1차. 원저작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2017년 2월 12일 하원의원과 선거인단을 통해 독일 연방 대통령으로 전 외교부장관이었던 발터 슈타인 마이어가 선출되었다. SPD 출신으로는 18년 만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는 1차 투표에서 정족수인 과반을 훌쩍 넘는 2/3를 득표하여 다른 4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독일의 12대 대통령이 되었다. 여기에 정당의 연방총리후보로 선출된 마르틴 슐츠의 지지율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어 SPD는 호재 속에 있다고 평가 가능하다. 앞으로 7개월이 남은 연방총리선거까지 어떤 방식으로 연정을 맺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 연정 속에서 정당들과 어떻게 정책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지가 SPD의 정권교체 노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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