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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며 언론장악방지법 생각한다"방송에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애국언론' MBC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2.24 15:00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는 ‘파렴치’인 것 같다. 사전에는 수치를 수치로 알지 못함, 염치를 모름, 뻔뻔스러움 등의 의미로 쓰인다고 나와 있다. 주요 언론, 국회, 검찰, 특검, 헌법재판소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사실상 포기하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사사롭게 위임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데 이 모든 걸 ‘음모’라고만 한다. 재단에 돈을 낸 것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단한 것이고 자신은 시술을 받은 적도 무슨 사이비 종교를 믿은 것도 아니라는 동문서답식 해명을 했다. 최근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동문서답 해명마저도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용시술을 했다는 걸 실토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부터가 이런 식이니 그 지지자들과 법률대리인들의 행태 역시 ‘가관’의 경지에 이르렀다.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았다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헌법재판관을 모욕하는 행태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워낙 ‘돈키호테’와 같은 스타일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일종의 ‘법정 전술’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체제의 최후 보루는 헌법재판소나 다름이 없는 상태가 됐는데도 이런 식이니 박근혜 정권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됐을지는 사실 뻔하다.

정권의 기만적 행태에 언론 역시 장단을 맞춰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MBC의 관리감독 책임을 맡는 등 대주주 역할을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새로운 MBC 사장으로 김장겸 전 보도본부장을 낙점했다. 안팎에서 ‘청와대 점지설’이 제기되고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와중에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다수 이사들이 이를 강행했다.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노조에 적대적인 보수적 인사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보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의 황혼을 알리는 노을이 밀려오는데 유독 MBC가 대단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MBC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이 사실상 ‘음모’의 일부라는 극우세력의 주장을 공중파 중 가장 성실하게 보도했다. MBC가 이런 보도로 일관하는 동안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상임위를 보이콧 하며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출석하게 돼있는 청문회 일정을 무력화시켰다. MBC와 자유한국당이 이런 식의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준 것은 특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없는 조건을 만드는 데 쐐기를 박는 효과를 발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환경노동위원장실 앞에서 상임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칭 애국 시민들은 MBC에 환호하고 있다. MBC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사실상 언론이라고 불러야 할지 의구심이 생기는 몇몇 ‘매체’들과 함께 ‘애국언론’의 반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MBC 제3노조의 두 공동위원장들은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쓴 방패 모양의 선전물을 들고 있는 사람과 ‘인증샷’을 찍었다. 이 사람은 조계종 소속이었으나 ‘멸빈’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알맞은 외양도 갖추고 있는 걸로 보아 여전히 승려 행세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살생은 안 된다는 계율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승려(혹은 승려 코스플레이어)와 그의 양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언론인’! ‘헬조선’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MBC는 이전에도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사안에서 특히 그랬다. 우병우 전 수석 처가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을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후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실이 내사에 착수하자 MBC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기밀을 누설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MBC가 보도한 이런 정황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전 수석과 연계된 정보기관의 감청 등에 의한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 이를 두고 MBC를 ‘흥신소’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MBC가 비선 실세의 ‘민원’을 해결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린 사건도 있었다.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MBC 사장을 독대한 일이 있다는 주장과, 정윤회 씨의 아들이 MBC 드라마 출연 문제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MBC는 이러한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사의 입장을 뉴스 보도를 통해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 노조와 기자협회가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기행은 계속됐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MBC는 박근혜 정권과 가장 긴밀한 사이를 유지한 언론사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듯 하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내외의 언론시민단체들은 MBC가 이런 지경이 된 게 이명박 정부 때 ‘낙하산’이 사장이 탄생하면서부터라고 평가한다. 정권에 의해 공영방송인 MBC가 장악된 이후 보도와 경영 모든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캡쳐

이렇게 보면 결국 MBC는 보수정권에 장악된 상태이며, 김장겸 사장 선임은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MBC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을 “정치가 언론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도 편향 문제가 제기된 것은 과거 민주 정부 시절 MBC가 ‘노영방송’이 되면서부터였다며 야당이 정권이 교체된 이후 다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국회에서 법 개정을 밀어 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이게 MBC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전 수석 문제를, TV조선이 미르 K스포츠재단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면서 그나마 언론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전의 ‘권언유착’ 사례로부터 자유로워진 걸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보수언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와 경제 양쪽에 걸쳐 분포한 권력의 향방을 점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MBC의 문제는 결국 언론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언론 전체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이에 실패하면 더 이상 한국에서 언론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장악방지법에는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고안된 제도적 장치들도 분명히 포함돼 있다. 일부 공영방송, 보수언론, 자유한국당 등이 “정치가 언론에 개입한다”, “야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는 게 아니라 전체 언론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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