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MBC 차기 사장을 김장겸 보도본부장으로 낙점했다는 ‘김장겸 낙점설’이 현실화 됐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안팎의 반발에도 사장 내정자로 김장겸 보도본부장 선정을 강행한 것이다. 주주총회의 승인이 남은 상황이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사실상 사장이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김장겸 MBC 차기 사장 내정자(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방문진은 23일 오후 2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MBC 차기 사장 내정자로 김장겸 본부장을 선정했다. 전체 9명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6명만의 투표를 통해 사장 후보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 MBC 사장 가운데 김 본부장을 뽑았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도 사장 내정자 선정을 강행한 결과다. 김장겸 본부장은 이날 저녁 열리는 MBC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걸쳐 최종 신임사장으로 확정된다.

방문진은 사장 후보 3명의 면접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 이사가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표결로 밀어붙이며 비공개로 결정됐다.

‘면접 비공개 결정’ 이후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 이사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후보 3명의 문제점과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 등을 거론하며 “합법적이고 정당성 있는 사장을 뽑기 위해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면접은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본부장, 문철호 사장 순으로 이어졌다. 권재홍 부사장은 면접이 끝난 직후 기자들이 ‘MBC 사장 후보로서 포부를 밝혀달라’고 묻자 “MBC 당당하게 잘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김장겸 본부장과 문철호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방문진의 차기 사장 선임 강행을 규탄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MBC공대위) 등은 오후 1시부터 방문진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김장겸 낙점설’이 파다한데 방문진이 사장 선임을 요식행위로 진행 하고 있다”며 “사장이 누가되든 방문진이 뽑은 낙하산 사장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1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건물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방문진의 MBC 사임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스)

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등 극우 보수단체 회원들도 이날 방문진 건물 맞은편에서 집회를 진행 중이다. “방문진 차기 사장 선임은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대편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종북 세력’을 운운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MBC 차기 사장 내정자로 확정된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사장에 공모한 직후 청와대 낙점설에 휩싸였다. 한 언론노조 관계자는 지난 17일 방문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친박 핵심 인사가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그분의 뜻’이라며 유력 인사를 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김장겸 낙점설’을 제기했다.

MBC 구성원들은 김 본부장을 ‘MBC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로 꼽았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22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 정치부장으로 임명돼 각종 정치 이슈와 선거·관련 보도를 편파적으로 지휘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당시 편집회의에서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가 보도국장으로 있을 당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MBC뉴스는 ‘영향력, 0.7%, 신뢰도 0.5%’를 받았다. 2015년 2월 보도본부장 선임 뒤에는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지휘하는 MBC<뉴스데스크>는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지연 했으며,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대한 의혹을 끈질기게 시도했다는 평가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날 저녁 6시30분 상암동 MBC 광장에서 '방문진의 차기 사장 선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승인될 경우, 24일 오전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신임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피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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