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슈퍼루키’ 박지수가 정규리그 6라운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정규리그 한 라운드를 통틀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인정받은 것.

지난 21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따르면 박지수는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MVP 선정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 72표 가운데 무려 63표를 얻는 압도적인 득표로 6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신인 선수로서 정규리그 라운드 MVP에 선정된 것은 박지수가 사상 최초다.

박지수의 WKBL 데뷔는 다른 루키들에 비해서는 다소 늦었다. 이번 시즌 개막은 지난해 10월 29일이었지만 박지수의 리그 데뷔는 한 달하고도 보름가량 늦은 12월 17일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박지수는 데뷔 2개월 만에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인정받은 셈이다.

박지수가 6라운드에서 펼친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결승점을 넣은 블루스타 박지수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지수는 지난 6라운드 5경기에 모두 출전, 경기당 평균 33분44초를 뛰면서 12득점 13.8리바운드 3.2어시스트 2.8 블록슛을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한 셈이다.

박지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KB스타즈는 6라운드를 4승1패로 마감, 선두 아산 우리은행과 함께 6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 결과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KB스타즈는 어느새 플레이오프 진출 커트라인인 단독 3위까지 뛰어 올랐다.

KB스타즈의 이 모든 성과가 모두 박지수의 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박지수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성과다.

박지수의 진가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는 지난 3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의 경기였다. 이날 KB스타즈는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97-95, 2점차 승리를 거뒀다.

박지수는 이날 30득점 21리바운드 3어시스트 5블록슛을 기록하며 또 한 차례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도중 수차례 근육 경련이 올라오는 가운데서도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국내 선수로서 한 경기에서 30득점 2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정은순(32점 20리바운드/2000년 1월 10일) 이후 박지수가 역대 두 번째다.

이날 승리로 KB스타즈는 시즌 9승(17패)째를 따내며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에 걸려 있던 공동 3위인천 신한은행, 부천 KEB하나은행에 2경기 차로 접근,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박지수에게는 승리의 기쁨을 표현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수훈선수 인터뷰도 관중석 한편에 앉은 채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

당시 박지수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식도 치르지 않은 고등학교 재학생이었다. 고등학생의 몸으로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그야말로 선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경기로 남을 수도 있는 경기를 펼쳐낸 것이다.

박지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와 KDB생명 위너스의 경기. KB의 박지수가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과의 2차 연장 혈투에서 승리한 지 3일 만인 6일, 다시 청주실내체육관 코트에 선 박지수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KB스타즈가 63-54, 9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첫 연승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날 승리로 시즌 10승(17패) 고지에 오른 KB스타즈는 구리 KDB생명과 공동 5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에 걸려 있는 공동 3위팀들과의 승차를 한 경기로 줄였다.

박지수는 이날 8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비록 두 자릿수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경기 초반 신한은행의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윌리엄스를 상대로 연속 블록슛을 성공시키며 윌리엄스의 골밑 플레이를 위축시켰고, 그 결과 신한은행의 공격을 뻑뻑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박지수는 공격에서 외국인 선수 카라 브랙스턴(10득점), 플래넷 피어슨(8득점)과 고공 패스를 주고받으며 팀 득점의 절반 가까이를 합작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KB스타즈는 드디어 공동 3위에 올랐다. KEB하나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70-63, 7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전적 12승 18패를 기록, 구리 KDB생명과 함께 공동 3위가 된 것.

이날 박지수는 5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만을 놓고 보면 부진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할 점은 이날 박지수가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상대 수비를 역이용, 팀 동료들에게 적절한 어시스트를 연결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펼친 셈이다. 박지수의 영리한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플레넷 피어슨(16득점 4리바운드), 카라 브랙스턴(11득점 5리바운드)은 27득점 10리바운드를 합작했다.

6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KB스타즈는 이틀 후인 19일 홈구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60-59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단독 3위 자리를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지수는 이날 경기에서도 트리플 더블에 리바운드 하나 모자라는 ‘트리플 더블급’ 활약(13득점 11어시스트 9리바운드)을 펼쳐 팀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됐다.

박지수[WKBL제공=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지수가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KB스타즈 입단이 결정됐을 때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드래프트 현장에 모인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최고의 신인을 품게 된 기쁨과 다른 팀들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 표현한 셈이다.

하지만 박지수의 팀 적응에 시간이 걸리면서 KB스타즈가 꼴찌에서 맴돌자 안덕수 감독에게 큰절을 받았던 다른 팀들이 오히려 입장이 애매해졌다. 그러나 박지수의 진가가 드러난 지금 안덕수 감독의 큰절은 다시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

KB스타즈는 22일 정규리그 2위가 확정된 용인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12점차 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4위 KDB생명과의 승차는 0.5경기차로 줄었다.

박지수는 이날 다시 ‘더블-더블’(24득점 10리바운드)을 기록했지만 팀 승리로 빛이 바랬다. 박지수 혼자 8개의 턴오버를 범한 점은 앞으로 박지수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힌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수는 이미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천하의 박지수라도 데뷔 시즌에는 큰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정규리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박지수는 이미 리그 최고의 선수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박지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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