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곧 새 사장이 선임된다. 오는 23일 방송문화진흥회가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3명의 면접을 실시하고, 최종 사장을 결정한다. 세간에는 여당 쪽에서 김장겸 본부장을 낙점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방문진 여야 추천 6대3 이사진의 구성상, 여당 이사진이 밀어붙이면 되는 게 현실이다. MBC는 새 사원도 채용 중이다. 신입이 아니라 경력 채용이다. PD·기자, 방송경영, 방송기술·제작카메라 등 분야를 총망라했고 40여명에 이르는 경력사원 채용이 예상된다.

▲MBC 채용 홈페이지 화면 캡쳐.

MBC의 채용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채용이 필요하냐는 문제다. 방문진의 새 사장 선임과 함께 경영진 교체까지 앞둔 마당에 난데없이 대규모 경력 채용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MBC 구성원들의 반응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인력 수급 조사는 단 며칠 만에 졸속으로 진행했고, 심지어 어떤 부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했음에도 무조건 인력 채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부서들도 있다.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대기업은 인력 확충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가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채용을 늘리는 걸까. 전후 관계를 따져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

MBC에 인력은 부족하지 않다. MBC 전·현 경영자들이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직종과 상관없이 비제작부서로 쫓아낸 기자·PD·아나운서 등 이 제작부서로 돌아온다는 가정 아래 그렇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노조 MBC 조합원 가운데 200여명은 경력 사원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법원에서 부당전보 판결이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쫓겨난 자리에는 경력 사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5년간 채용된 일반직만 250여명에 달한다. 쉽게 말해, 말 안 듣는 노조 조합원을 쫓아내고 말 잘 듣는 경력 사원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MBC 경영진은 경력 사원을 뽑았는데 또 노조를 가입하고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경영진은 철두철미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기로 유명했던 MBC의 공채 전형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바뀌었고, 지원자에 대한 사상 검증과 지역 차별이 횡행했다. 채용 과정은 임원진과 극소수 담당자들이 밀어붙이고 있다. 극소수 경영진 외에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채용했는지 모른다는 게 MBC 구성원들의 반응이다. 경영진은 채용과정에서 ‘당신은 진보냐 보수냐’고 묻는 등 사상 검증을 했으며, ‘백종문 녹취록’의 당사장인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지역 차별’을 했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 MBC 기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근조 MBC뉴스' 피켓을 든 모습. (사진=미디어스)

MBC 뉴스는 몰락에 가까운 상황에 처했다. MBC 취재기자들은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엠병신’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고, 시청률 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청와대 방송’을 쏟아낸 결과였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MBC 뉴스는 ‘최순실 태블릿PC’나 ‘고영태 녹취록’을 집중 보도하며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극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안광한 사장 및 경영진과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MBC 뉴스는 중립적이고 공정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조선일보 최재훈 사회부 기자는 21일 기자수첩에서 “MBC는 언론이라기보다 흥신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썼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왜 방문진은 3년 임기 낙하산 새 사장을 뽑으려 하고, MBC 경영진은 불필요한 경력사원 채용을 강행할까. 또 친박·극우단체들은 MBC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 언론의 희망 고영주 만세”라고 외치고, “김장겸 본부장 사장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할까. 이에 언론노조 김연국 MBC본부장은 “최후가 임박한 박근혜 체제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하고,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앞으로 3년 간 MBC를 극소수 극우 세력과 박근혜 체제의 보루로 삼아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도”라고 답한다. 국민의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공영방송 MBC가 극소수 극우 세력의 흥신소로 전락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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