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장 선임과 경영진 교체를 앞둔 MBC가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밀실·졸속 채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편성·제작·보도·경영·기술 등 부문별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이번 신규 채용 인원은 4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아나운서와 예능·드라마 조연출 등도 계약직으로 뽑는다. 지난 2012년 MBC 파업 이후 최대 규모의 채용으로 기존 계약직 사원의 일반직 전환까지 합치면 60여명의 정규직 사원이 충원 될 예정이다.

▲MBC 채용 홈페이지 화면 캡쳐.

언론노조 MBC본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현재 대규모 인력 수급이 필요할 만큼 직원이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도 차기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며칠 만에 졸속으로 경력직 채용 방침을 정했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노조 파업 이후 무려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원래 직종과 상관없는 부서로 전보했다. 현재도 기자 55명, PD 32명, 아나운서 11명 등 총 109명이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법원이 잇따라 부당전보 판결을 내렸지만, 현 경영진은 법원 판결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그 빈자리는 대체 인력으로 채워 넣었다”면서 “합법 파업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측의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 계획을 낸 것과 현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안팎의 반발을 무시하고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최후가 임박한 박근혜 체제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하고, 설사 박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앞으로 3년간 MBC를 극소수 극우 세력과 박근혜 체제의 보루로 삼아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5년 사이 채용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임원진과 극소수의 담당자들이 밀어붙이고 있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채용하는지 극소수 경영진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며 “면접 과정에서는 사상 검증이 횡행해 경영진이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버젓이 던졌다”고 비판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방문진(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김연국 MBC본부장은 지난 17일 방문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MBC 등 방송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보수단체들 집회와 MBC의 경력 사원 50여명 채용 계획 등 전반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탄핵이 가결 되더라도 MBC를 보수 세력의 저항 기지로 사수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MBC의 DNA를 싹 바꿔버리겠다’고 한 김장겸 보도본부장의 말을 언급하며 “방문진 및 MBC 안팎에서는 ‘김장겸 청와대 낙점설’이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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