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부서를 그렇게 없애려고 했는데(중략) 청와대가 요구하는 자료에 70%는 국내에 관한 사항이고, 20%가 북한”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를 한 전직 국정원 직원의 말이다. 끊임없이 이어진 국정원 스캔들의 이유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법한 명령을 따른 위험한 충성이 가져올 결과는 파국밖에는 없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터진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부터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까지 국정원의 이름은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2015년 7월, 빨간 마티즈를 공포의 대명사로 만든 국정원 과장 자살 사건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기억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작전 : 설계된 게임 - "5163부대의 위험한 충성"> 편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했지만 국내에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국정원 댓글사건의 당사자가 아이디를 40여개나 갖고 있었지만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난 등의 글은 쓰지 않았다는 당시 경찰 중간수사 결과는 구체적인 단어만 다를 뿐 같은 말이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이어 이번 주 국정원 사건을 연이어 시리즈로 다루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민주주의는 투표에 의해서 권력을 선출하는 데서 시작한다. 거기에 권력이 개입해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왜곡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헌법을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작전: 설계된 게임’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묶었다. 그리고 “5163부대의 위험한 충성”이라는 부제 역시 소름 돋는 우연의 일치를 보이기도 했다. 516이라는 숫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득표율인 동시에 아버지 박정희의 쿠데타 날짜인 것이다.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오싹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는 없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작전 : 설계된 게임 - "5163부대의 위험한 충성"> 편

더군다나 곧 조기대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3월 초순으로 예정된 헌재의 탄핵결정이 발표가 되면 곧바로 대선국면으로 전환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두 주에 걸쳐서 선거 관련 의혹을 보도하는 이유도 분명 거기에 있을 것이다. 위험한 충성을 무력화시킬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인 집단지성의 발동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 조기대선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이 관통하고 있어 지난 두 번의 대선과는 분명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너무도 분명한 탄핵사유에도 끝까지 버티기를 하고, 심지어 어떻게든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려는 모습에서 알지 못할 불안의 요소가 느껴지기도 한다.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갈무리

그렇지만 지난 대선의 여러 의혹들을 생각한다면, 또 그로 인한 4년간의 국정문란을 상기한다면 아주 작은 불안과 의심에도 방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분명 지난 4년간 이 위험한 충성심은 이미 발각된 방법이 아닌 더 치밀하고, 더 은밀한 수를 찾아내려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 결과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한 그 위험한 충성이 모두 밝혀졌다고도 확신할 수는 없다. 결국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며 광장을 지킨 시민들의 깨어있는 눈으로 그런 모든 의도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것만이 지금으로서는 선거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탄핵 후의 조기대선이라는 혼란에는 또 다른 음모가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시민사회가 더 긴장하고, 더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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