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8.9 일 00:22
상단여백
HOME 뉴스 인터뷰
“공정방송 위한 투쟁, 전혀 후회 없다”[인터뷰] YTN 해직자 6명이 말하는 지난 1년
송선영 기자 | 승인 2009.10.05 16:18

2008년 10월6일, YTN 인사위원회는 ‘구본홍 반대 투쟁’을 하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조원 6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이는 지난 1992년 MBC 방송민주화운동 당시 위원장과 사무처장 등 2명이 해고된 이후 16년 만에 나타난 언론인 해고이며,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사태 이후 처음 있는 무더기 해고였다.

당시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은 노조원 33명 가운데 27명(최근, 노조원 2명 다시 정직 2개월, 1개월 징계)은 현업으로 복귀했지만 해임 통보를 받은 6명은 아직도 ‘해직자’ 신분이다. 현재 이들은 회사의 ‘해직자 출입 금지’ 조치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옆에 있는 프랑스문화원 세미나실 한 쪽에서 노조 업무를 보고 있다.

해직 1년을 며칠 앞 둔, 지난 9월30일 오후 프랑스문화원 옆에 있는 카페에서 만난 해직자 6명은 지난 1년을 “벌써 1년”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활동을 하다 해직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 2008년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노조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YTN노조  
 
해직된 지 1년이 되었다. 1년, 예상했었나?

권석재: 아니다.

조승호: 나도 아니다.

현덕수: 해고를 너무나 갑자기 벼락처럼 당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1년이 됐구나’ 의식할 따름이지 시간을 세지는 않았다. 지난 1년간 해직 신분이라 하더라도 조합원으로서 조합의 지침을 따르는 등 조합원들과 함께 있었기에 해직을 실감한 그런 시기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정유신: 벌써 1년이 됐다. (시간이) 빨리 갔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으니까.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1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감정이나 그런 것은 없는 거 같고 ‘1년 됐구나’ 싶다.

“직장 없어서 전세 대출 안 된다고 하더라”

‘해직자’라는 말이 아프게 닿지는 않는가?

우장균: 아픈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친분이 있는 지인들 혹은 친구들이 신문에 보도가 될 정도(최근 회사 출입 금지)의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아 해직기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치는 구나’ 싶었다. 친구들 전화 받을 때 아픔이 있다. 어떤 친구들은 ‘왜 (회사에) 못 들어가냐’ ‘빨리 해결될 줄 알았는데 왜 안 되냐’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선택권이 있는 것 같은, 양보하면 복직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듣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조승호: 1년 동안 내가 해직자라는 것을 거의 실감하지 못했다. 항상 회사에 나왔고 동료들도 해직 이전처럼 대해줬기에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하는 가정조사에 아버지 직업란에 뭐라고 해야 하나 물어왔을 때, 은행에서 대출 금리와 관련해서 재직증명서를 내라고 했으나 내지 못했을 때, 최근 용역 직원이 회사 출입을 막았을 때 해직자라는 것을 실감했다.

권석재: 아프게 와 닿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전세 대출 받으러 갔을 때, 직장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 적은 있었다. (해직을 당한 것이) 개인적으로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해직 전과 후,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노종면: 기본 적으로 일이 없어졌다. 언론인이라는 본래 직업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니까,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이 없는 게 제일 많이 달라진 거 같다. 노조위원장이 된 뒤, 해고 이전에는 위원장으로서 당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생각하는 부분 있었다면 해고 이후에는 ‘이것(YTN사태)은 특수한, 특정한 언론사의 노사 관계를 벗어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후 진행된 내용들도 그렇다. 해고 이전에는 내부에서 잘 해결하면 조합원이 동의하는 선에서 수습될 거라 생각했는데, 해고 이후에는 사회적 판단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조승호: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은 하루 종일 기사를 쓰다가 이제는 안 쓰게 된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적응 안 되는 것은 올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다. 매년 추석 때가 되면 연휴 근무가 있어서 이제까지 한 번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근무를 안 하니까 내려간다. 고향에 내려가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별로 안 좋다. 연휴가 있으면 항상 이틀 정도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좀 적응이 안 된다. (인터뷰 할 당시는 추석 전)

권석재: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해직 전에는 (단순하게) 카메라기자이자 언론사 직원으로 막연한 그런 게 있었는데, 해직되고 나서 되돌아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유치했나 싶다. 직업관 없이 지냈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정유신: YTN에서 기자로서 10년을 지내왔다. 나름대로 일도 하고 사람들 관계도 쌓아왔고 회사 내에서 원만하고 평범하게 지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직 이후로는 기자생활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전에는 술 먹고 어울려 놀면 좋은 거고, 기본적인 관계만 생각했는데 동료들이 나를 지켜주려 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걱정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새로운 발견이다. 반면, 많이 의지하고 기대하면서 힘이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인간적인 배신감이 들었고, 이러한 모습이 ‘저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구나’ 발견도 했던 거 같다.

우장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거 같다. 뚜렷하게 한 것은 없이 실업자가 되었지만 인생에 있어 많은 공부를 하게 된 시기였던 거 같다. 요즘 들어 무엇을 취하려고 하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한다.

해직 이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권석재: 금전적인 부분이다. 

현덕수: 뭔가 열심히 하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허전한 느낌이 있다. 우리가 이러는 게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불가피하게 겪고 있는 것이기에 ‘해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유리된 이런 상황에 대한 허전함 같은 게 문득문득 다가온다. 동료들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데 이러한 점을 미안해하는 것 같고.

희망펀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나? (현재 한국기자협회 YTN지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희망펀드’는 YTN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해직자들은 해직 이전의 월급을 희망펀드에서 받고 있다.)

정유신: 희망펀드는 해직된 뒤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마음 한구석에 ‘이 상황이 얼마나 가겠나’며 길게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 당시 정직, 감봉 등으로 액수 자체가 많아야 했기 때문에 한두 달이 지나면 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 봤다.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해직자 6명으로 대표되긴 하지만 우리가 굉장한 의식을 갖고 있어 싸우다 해직된 것은 아니다. 기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다가 회사가 전략적 차원에서 6명을 골랐다고 생각한다. 같이 징계 받지 못했다는 동료들의 미안함과 열심히 싸워달라는 마음이 희망펀드로 모아졌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YTN은 왜 이렇게 잘 버티느냐’ 물어본다. 한 두명만, 혹은 위원장만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조합원들이 동료애로 잘 뭉쳤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 ⓒ송선영  
 
“미움이 굳어질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무엇인가?

권석재: 나는 이 미움이 굳어질 거 같다. 내가 미워하는 이들을 향한 미움이 굳어질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

조승호: 석재랑 비슷하다. 우리가 복직했을 때 옳고 그름에 대한 본인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어떻게 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하는 그런 부분이 있다. 복직 판결 받기 전에 앞서나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 사람들을 전처럼 대할 수 있을지, 서로간의 신뢰 관계가 있을 수 있을지.

현덕수: 십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YTN은 대단한 회사라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1년이 지나면서 외부의 압력때문에 회사를 좌지우지 하는 간부들의 행동이 보인다. 돌아가고자 하는 회사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런 부분들이 우려스럽다.

노종면: 위원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한테 내가 생각하는 거 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 될 때가 있다. 대부분 내 판단과 주변 조언과 정보들을 가급적 담백하게 분석해 스스로 오판하지 않으려 하고, 외부에 알릴 때도 큰 틀에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결국 상황에 대한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알 수 없다. 나는 일터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고, 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해직자의 복직도 ‘된다’라고 확신하지만 믿음의 문제이다. 단정할 수 없는 미래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지, 그게 두렵다.

얼마 전,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데

노종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다. 미우나 고우나 15년을 같이 일했는데, 그 사람들도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동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간부들이라도 사적으로 만나면 안쓰러워하고 잘 될 거라고 한다. 복직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무적인 것이다.

해고자 6명의 복직 문제는 현재 회사 경영진이 판단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해고 사태가 난 그 순간부터 사내 문제를 벗어났다. 복직도 사측 마음대로 못할 것이다. 복직 관련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복직이 안 된다면 외부 권력 있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궁극적으로 외압에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이겨서 복직 하려고 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노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것 후회는 없나?

노종면: 노조 활동을 하다 해직된 거였으면 나 하나만 됐어야 한다. 방송이 불순한 세력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막다가 언론인들이 해직당한 것이다.
 
조승호: 일부 언론에서 우리를 노동 운동가, 노조 활동가 식으로 표현하던데 그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본홍 반대’는 언론인으로서 언론 장악에 저항해 공정방송 수호 차원에서 한 것이다. 기자들의 생각이 노조의 생각과 일치했고 같이 행동한 것일 뿐, 노조 활동 차원에서 한 것은 아니다.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 되었다기 보다는 공정방송을 위해 해고되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고 본다.

그럼 ‘공정방송을 위한 활동을 하다 해직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노종면: 후회, 전혀 없다.

권석재: 나도 후회 없다. 후회라면 초반에 사무국장으로서 활동을 열심히 못했다는 거다.

정유신: 후회할 만한 게 없는 것은 해직될 만한 일로 해직된 게 아니라 목적에 의해, 잘 모르는 큰 힘에 의해 해직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 되더라도,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복귀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권석재: 회식을 하고 싶다. 복직 환영 회식. 

정유신: 별로 생각 안 해봤다.

현덕수: 특별히 생각해본 거는 없는데, 넥타이 매고 옷 제대로 갖춰 입고 리포트를 한번 해보고 싶다. ‘YTN 현덕숩니다’ 라고.

노종면: 기자는 취재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 우리가 만약, 복직을 구걸해 들어간다면 굴욕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당당하게 들어가도 회사는 인사권 들고 있다는 명분으로 이리저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정방송을 향한 투쟁은 끝이 없고, 지속해 나갈 것이다. 술 먹다가도 순간 순간 복직 하면 뭘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장균: 조만간 복직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지만 복직은 당연하고, 판결에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외부 변수 등에 의해서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노종면: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동료가 안쓰럽고 하더라도 내가 넉넉하지 못한데 생각하기 힘든 액수를 희망펀드에 넣고 그 사람들을 위해서 눈물 흘려주고… 나는 사실 그러지 못할 거 같다. 그런데 눈 앞에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이 견뎌온 1년은 어땠을까.

우리 스스로 1년이 되었으니까 복직된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경계해야 한다. 사실 그래서 인터뷰도 부담스럽다.

   
  ▲ ⓒ송선영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선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