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까지 냈던 김 과장이 TQ그룹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가 된 김 과장. 적당하게 때 묻은, 그래서 더욱 현실을 명확하게 깨닫고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김 과장은 역설적으로 진짜 영웅으로 다가온다.

TQ택배 노동 탄압이란 뇌관;
돈키호테가 된 김 과장, 이제 TQ의 거대 비리에 맞서 싸운다

김 과장을 몰아내기 위한 서 이사의 행동은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김 과장은 서 이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존재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존재가 바로 김 과장이다. 그런 김 과장의 진가는 그렇게 최악의 순간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인격을 모독하는 대기실에 방치된 김 과장은 가장 잔인한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지나다니는 화장실 앞 복도에 던져진 김 과장은 회사에 반격을 가했다. 모욕을 선사하는 그들에게 유쾌한 방식으로 역습하는 모습은 드라마 <김과장>의 주제와 형식을 그대로 담고 있어 흥미롭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모멸감을 줘 사원을 몰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낸 대기실의 원칙을 완벽하게 깨뜨리는 김 과장의 방식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안마의자와 VR, 그리고 음악까지 그들이 내세운 형식을 파괴하고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김 과장은 진정한 돈키호테 같았다.

원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철저하게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는 김 과장은 능수능란했다. 자신을 공격하며 더욱 더 진상을 부리는 김 과장은 나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악랄한 자들을 평범한 인간처럼 대하면 결국 당할 수밖에 없다.

악랄한 자들에게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닌 자들을 인간으로 대접하는 순간 호의는 당연한 권리로 이어지며 그 괴물은 상대를 집어삼키려고만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 과장의 대응 방식은 반갑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무너트리려 드는 회사의 강제 퇴직 유도 행위는 가장 악의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대기실에서 김 과장은 인간의 자존감이 무엇인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그게 일상적이지 않은 기상천외한 진상짓이라 해도 그게 상대를 향한 가장 현명한 방식이라는 사실만은 변할 수 없기 때문에 통쾌하게 다가온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김 과장의 그 진상짓은 TQ 그룹에서 대기실을 영구 폐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모멸감을 주고 자존감을 무너트려 회사에서 사원을 내쫓는 비인도적인 행태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퇴사 후에도 회복할 수 없는 그 지독한 자존감을 지켜줬다는 것만으로도 김 과장은 영웅이다.

장 대표이사와 윤 대리가 자신을 감시하고 평가했다는 사실을 김 과장은 알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기분이니 말이다. 이 일로 인해 김 과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 이사가 퇴출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버티던 김 과장이 떠나기로 한 것은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일과는 별개의 결정이었다. 자신이 설 곳이 아니라는 확신과 함께 그나마 의지했던 윤 대리의 솔직함이 그의 선택을 부추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의 발목을 잡는 사건은 다시 발생한다. TQ 택배 문제는 심각하게 확전되었다. 불법 노동 행위로 몰아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을 강제 구속한 검찰 그리고 이를 지시한 서 이사. 이들로 인해 TQ 택배는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동료인 기옥의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누군가는 나서서 이 일을 바로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 일을 바로잡기에 윤 대리는 분명 한계가 있다. 똑똑하고 배포도 크지만 김 과장처럼 싸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장 이사의 선택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직서를 냈던 김 과장은 장 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TQ 택배를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김 과장의 이 선언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TQ 택배는 장 이사의 아버지이자 TQ 그룹을 세운 전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만큼 큰 공을 들였던 TQ 택배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다.

TQ 택배를 난도질 해야만 중국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 역시 물러설 수 없다. 두 개의 은행이 한꺼번에 원금 회수를 하러 나선 상황이었다. 전직 검사였던 서 이사가 두 은행장의 비리를 쥐고 있어 무마되기는 했지만, 이런 위기는 점점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중국 투자를 받지 않으면 자신들의 범죄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들은 TQ 택배를 놓칠 수 없다. 그런 중요한 곳에 김 과장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링 주변을 돌며 잽만 날리던 선수가 갑자기 링 중앙으로 다가와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김 과장을 중심으로 한 드림팀과 서 이사를 핵심으로 한 악의 무리들의 대결 장소는 이제 TQ 그룹에서 TQ 택배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 현장의 적나라한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노동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유쾌한 돈키호테와 떠나는 여행은 흥미롭다. 무사가 되기 위한 돈키호테와 달리, 김 과장은 타인에 의해 불려진 '의인의 길'을 다시 걷게 되었다. 그의 좌충우돌 현장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있다. 우리의 노동 현장과 환경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김 과장의 길'은 그래서 흥미롭고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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