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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사드 배치'라는 안보 정치공학에 대해사드 배치에서 얻으려는 심리적 위안은 안보가 아니다
자유기고가 G.I-JO | 승인 2017.02.17 11:11

놀랍다. 그리고 지겹다. 북한에 의한 김정남 암살 의혹이 터지자 수구세력의 본산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그리고 괜찮은 보수하겠다고 나선 바른정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촉구하는 ‘사드 총공세’에 나섰다. 북한과 ‘적대적 공생’을 통해 주구장창 안보를 팔아먹으며 살아온 수구세력의 안보 감각이 이토록 유치하다는 것에 새삼 놀랍다. 또 다시 '북풍‘에 기대려는 저네들의 낯익은 모습을 보는 게 지겹다.

안보와 국익을 두고 야권의 대통령후보들(존칭 생략)은 각자 개성 있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더민주당 문재인은 꽤 일찌감치 ‘반대→재검토→차기정부로 이양(외교적 해결 복안)’ 등으로 무지갯빛 진동을 보였는가 하면, 같은당 안희정 역시 시종일관 ‘없었던 일로 하기 힘들다’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론으로 반대하던 국민의당 안철수도 최근 ‘신중한 검토’나 ‘조건부 배치’를 열어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만큼 사드 문제가 박근혜가 저지른 메가톤급 안보 분탕질임을 보여주는 것일 테지만, 세 사람 모두에게 중도나 보수의 표를 의식한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 ‘안보 정치공학’의 혐의가 있다는 얘기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드 배치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면 바른정당 유승민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는 경북 성주에 1개 포대를 배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토 전역을 포함하도록 2~3개 포대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한·미 연합전력 안에 전술핵이 포함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드에다가 전술핵까지 갖춰서 대비하자는 것이다. ‘묻지마 사드 배치’에서 역시 ‘안보 정치공학’이 배어 있다. 하지만 한-미 연합전력에 전술핵을 포함하자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할 듯하다.

사드 배치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이냐는 문제와 함께, 무기체계의 효율성이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성질의 문제다. 전자는 한-미 동맹의 굳건한 유지를 전제한다고 해도 한국의 이익을 위한 균형적 접근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들에 휘말리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봐 왔듯이, 사드 배치는 두 나라의 전략적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사드는 미국 미사일 방어(MD)체계의 일부라는 것이 중국의 시각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괌에 있는 사드 포대가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한 게 아니듯이, 성주에 배치되기로 돼 있는 사드 포대는 한반도 방어보다는 다른 목적이 훨씬 더 크다. 일본은 2003년 12월 미국 MD 참여를 선언했는데, 일본을 방어권으로 한다고 보는 게 맞다.

후자는 사드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목적 달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 도입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잠수함을 통해 수중발사를 한다거나, 여러 발을 한꺼번에 발사한다거나 하면 사드는 무력화한다는 우려가 초장부터 제기돼 왔고,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잠수함발 대륙간탄도탄(SLBM) 발사 성공에 성큼 다가섰고, 액체 위주이던 미사일 추진체 로켓의 연료를 이동 발사에 유리한 고체연료로 옮기고 있다.

핵 전력과 관련된 고전적인 상식은 ‘공포의 균형’이다. 핵무기는 핵무기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핵 우산 아래 있기는 하지만, 한-미 연합전력에서 전술핵을 포함해야 공포의 균형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핵무장론’으로 폄훼할 문제가 아니다. 목적 달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하는 사드를 배치하자고 주장하거나 곤혹스럽게 사드 배치 쪽으로 끌려갈 게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게 안보 측면에서는 훨씬 더 낫다. 다만, 북한 선제타격론까지 운위되는 상황에서 전술핵 운용에 대해서는 공동결정권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 강조-전술핵 재배치-사드 철회’가 지금으로서는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지 않을까 싶다. 그 뒤 제재 일변도 속에서 악화일로를 거둬온 안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모색을 펼치는 게 가능할 것이다. 그 시작은 북한 핵미사일 동결일 것이고 감축 과정을 거쳐 비핵화로 이어지는 게 논리적인 순서다. 재배치된 전술핵도 이와 연계되어 처리되면 된다.

목적 달성이 불투명하지만 사드 배치 그 자체를 통해 국민이 일정한 심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맞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심리적 위안일 뿐 안보가 아니다. 궁지에 몰려 숲속에 머리를 처박고 나서 잘 숨었다고 생각한다는 까투리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김동인이 1948년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가운데 발가락이 닮았다’며 위안을 찾는 주인공 M의 심리나 마찬가지다. 핵 미사일 문제다. 핵 미사일 칼끝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느냐는 물음은 접어두는 게 좋다. 안보에 실질적 도움이 되느냐,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포지셔닝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훼손하느냐, 이 두 가지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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