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이 여당이 거부한 미방위 회의를 단독개의하려 했으나, 갑작스런 신상진 미방위원장의 전체회의 진행으로 무산됐다. 야당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사회권을 행사해 이날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위한 안건조정위 구성을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위원들은 신 위원장과 박대출 자유한국당 간사를 향해 "미방위 농단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신 위원장의 편파적 상임위 운영에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박대출 간사. (연합뉴스)

16일 오후 미방위 전체회의는 야당 소속 의원들의 개의 요구로 진행됐으며, 자유한국당에서는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만 참석했다. 당초 오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었으나, 자유당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바 있다.

야당은 15일 자유당의 회의 취소에 개의요구서를 미방위원장실에 보냈다. 이날 오전 신상진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지 않자, 야당 위원들은 위원장실을 항의 방문해, 오후 박홍근 민주당 간사가 사회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언론장악방지법 안건조정위 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는 박홍근 간사의 사회권 행사를 막아 야당의 안건조정위 구성을 봉쇄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은 "자유당이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전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있지만, 야당의 개의 요구에 제가 전체회의 개의는 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간사는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존중해서 원만히 진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야당 환노위의 날치기 처리에 자유당에서는 좌시하기 어려운 문제로 규정하고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기로 당 방침을 세웠다"면서 "회의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단 연기를 하자고 위원장에게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간사는 "박대출 간사께서 당 차원 보이콧이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카톡을 보내셨는데, 저는 분명히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신상진 위원장이 그것을 가지고 15일 오후에 일방적으로 취소통보를 하고, 피감기관들에게 불출석을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지난 국정감사 때도 그렇고 여당 소속 위원장이 위원회를 편파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위원장은 자유당 소속이 아니라 국회법에 의해 중립적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이 합의에 의해 운영한다고 하는데, 오늘 의사일정은 교섭단체 일정 합의에 의해 결정된 건데 일방적으로 취소하니 그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라면서 "4개 교섭단체 중에 자유한국당 하나의 교섭단체가 입장을 바꿨다고 그걸 수용한 게 아니냐"고 신상진 위원장을 질타했다. 변 의원은 "19대는 양대 교섭단체였지만, 지금은 4개 교섭단체이기 때문에 그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이날 회의도 오늘의 상황을 전혀 납득할 수 없어 소집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간사의 요청만 듣고 다른 3개 교섭단체와는 협의도 안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이 신상진 위원장을 질타하자, 박대출 간사가 신 위원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간사는 "오늘 당초 일정은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른 의사일정을 토대로 해서 예정된 회의였던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워낙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에 처음 환노위에서 발생한 야당에 의한, 다수에 의한, 의회주의에 반하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날치기 폭거에 대해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오늘 회의를 거부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간사는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과와 원상복귀를 요구했고, 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상황을 끌어갈 수 없다"면서 "정회를 요청한다"고 회의를 중단시키려 했다.

이에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코미디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보기 부끄러운 행태를 되풀이 할 수 없다"면서 "19대 국회 필리버스터 기억하시냐. 그거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일방처리해서 진행된 것 아니냐. 박대출 간사는 그렇게 말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적반하장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유승희 의원이 "우리가 오늘 국회법 따라 안건조정위 구성하려고 했는데 신상진 위원장은 안 온다더니 오늘 왜 오셨냐"고 묻자, 신상진 위원장은 "안 온다고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박대출 간사는 "안 온다고 한 적 없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확인도 하지 않고 왜 이러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유 의원은 "저는 안 오는 걸로 알았다"면서 "박대출 간사는 의사진행발언하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쐐붙였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합의를 그렇게 중시하는 분이 오늘 아침에는 왜 합의정신을 왜 안 지키셨냐"고 따져 묻자, 신상진 위원장은 "자유당에서 환노위 관련 보이콧 중"이라면서 "오늘 회의를 취소하자는게 아니라 연기하자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유승희 의원은 "이건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의 상임위 농단"이라면서 "제발 농단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의 일방적인 정회 선포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 유승희 민주당 의원, 김성수 민주당 의원, 신경민 민주당 의원. ⓒ미디어스

신상진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회의를 일방적으로 끝냈다. 신 위원장은 안건조정위 구성에 대해 "자유당에서 아직 위원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여당 2명, 야당 4명은 못하겠다는 얘기"라면서 "야당의 일방처리 조건이 되는데 그걸 뻔히 아는데 제가 야당 편에서 무조건 하자고 하는게 되겠느냐"고 밝혔다. 사실상 안건조정위 위원 추천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한 건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숨통을 트이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라면서 "이 취지를 무시하고 절차를 밟지 않는다고 하면,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는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유승희 의원이 "자유당이 다수당일 때는 그러더니 이제 와서 왜이러냐"고 항의하자, "끝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하자"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종료했다.

신상진 위원장의 일방적인 회의 종료에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그냥 다음부터 들어오지 마시라"면서 "위원장이면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냐"고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은 자리를 뜨려는 신 위원장에게 "국민의 뜻이 여소야대인데 그걸 못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민심이반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신경민 의원은 "법안소위가 대체 몇 달째 돌아가지 않느냐"면서 "위원장 그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사퇴를 촉구했고, 김경진 간사는 "상임위원장을 장악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며 "불신임하자"고 제안했고, 박홍근 간사는 "사퇴 촉구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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