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의 시청률이 7회 만에 한 자릿수(9.7%, 닐슨코리아 기준)로 떨어졌다. 그래도 지난주 방영한 6회에서 전회(10.7%)에 비해 소폭 상승(12%)했기 때문에 기대감을 거두지 않았을 <사임당> 제작진으로서는 끝까지 받고 싶지 않았던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더욱 <사임당>은 30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인데, 7회부터 시청률 한 자릿수를 기록하다니.

초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하더라도 차츰 입소문을 통해 시청률이 오르는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사임당>은 높은 시청률(16.3%, 2회)로 시작하다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고 인터넷 상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라, 경쟁작인 KBS2 <김과장>이 끝나고 그 후속작이 별로여야만 시청률이 오를 것 같다. 물론 재미없는 드라마가, 또 다른 재미없는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사임당>의 거듭된 추락은 MBC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영애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듯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임당> 부진의 원인으로 타이틀 롤을 맡은 이영애를 지목하기도 한다. '대장금'을 찍고 있는지, '사임당' 연기를 하고 있는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일관된 연기력. 그래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극 중 이영애의 파트너인 송승헌의 연기력 또한 누구를 걱정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스토리가 재미라도 있으면 주인공들의 연기가 어느 정도 묻힐 수도 있는데, <사임당>은 2017년을 살고 있는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요소만 보여주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다. 여주인공의 궁상, 여주인공을 잊지 못해 그 주변을 맴도는 남주인공,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를 시기하며 온갖 악행을 담당하는 서브 여주, 여주인공에게 민폐만 끼치는 주변 인물들. <사임당>의 스토리 자체가 이렇게 답답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만약 <사임당>이 아침 드라마 혹은 주말 드라마에 편성됐다면 시청률 20% 이상은 찍고 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사임당>은 평일 수목 드라마이다. 게다가 이제는 <사임당>이 넘지 못할 벽이 되어버린 <김과장>은 '사이다'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사임당>과 정반대의 전개와 캐릭터를 보여준다. 요즘 돌아가는 나라꼴만 봐도 고구마 1000개는 먹은 것 같이 답답하니, 드라마라도 속 시원한 드라마를 봐야 그나마 살 것 같다. 시청자들이 '고구마' <사임당>이 아닌 '사이다' <김과장>을 선택한 이유다.

<사임당>의 부진을 두고 몇몇 호사가들은 다른 사전 제작 드라마와 묶어 '사전 제작의 저주'라고도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사전 제작된 드라마들이, KBS <태양의 후예>를 제외하곤 시청률, 화제성 등 모든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사전 제작의 큰 단점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하는 게 불가능하단 점이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사전 제작을 꺼려왔고,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 동시 방영을 위해 사전제작이 간신히 진행되는 추세다. 이 또한 사드 여파 때문에 불투명해졌지만 말이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애초 한중 동시 방영을 계획했던 <사임당>은 예정대로라면 작년 10월에 시청자들과 만났어야 하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사드 여파 때문에 방영이 미뤄지다가, 지난 1월 말 한국에서만 방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임당>이 예정대로 지난 10월에 방영됐다고 한들,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만약 <김과장> 같은 막강한 경쟁자가 없었다면, 이영애 이름값 정도는 하는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을까.

<사임당>이 예상과는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사전 제작 드라마라 실시간 피드백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영애, 송승헌과 같은 스타 이미지에만 기댄 나머지 정작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는 드라마 전개를 소홀히 한 결과다. 시청자들과 실시간 피드백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면 그 괴리를 좁히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저 주인공들이 예쁘고 멋있게 비춰질 수 있도록 영상미에만 온갖 정성을 할애하고 있으니 당연히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사임당>이 부진한 이유는 드라마 자체의 문제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이야기가 드라마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하지만 <사임당>에 이영애와 송승헌의 탁월한 미모 외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가? 무려 23회나 남은 앞으로의 전개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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