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를 해고하고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한 디자인소호와 이인기 대표에게 사과 및 고소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지부장 박세웅)는 6일 성명을 내고 “문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호소를 통해 우리는 출판, 영화, 디자인 등 문화산업 전반에 성폭력을 용인하는 문화가 여전히 공고히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디자인소호 홈페이지 화면)

해당 성명에 따르면, 2016년 5월5일 디자인소호에 재직 중이던 디자이너 A씨가 직장선배 2명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6월2일 오전, 디자인소호 이인기 대표이사와 윤종현 이사는 A씨를 불러 해고를 통보했다. 또한 A씨가 SNS에 이를 폭로하자 6월17일 이인기 대표이사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1차)했다.

A씨는 지난 8월 회사의 고소 사실에 충격을 받고 온라인에 유서를 게시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이인기 대표이사는 A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다시 형사고소(2차)했다. 지난 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차 고소에 대해 ‘성폭력 피해당사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는 “1차 고소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2차 고소로 지난한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피해자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고, 회사의 형사고소로 피해자는 공황 장애까지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실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4%였지만, 문제 제기를 했는지 묻는 설문에는 77.3%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들은 오는 7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해고하고 고사한 디자인소호 규탄 기자회견>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디자인소호 피해당사자,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박진희 여성위원, 언론노조 박세중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 등이 참석한다.

한편, 디자인소호는 작년 8월 해당 성희롱·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으며, 피해자 A씨는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고 고소를 취해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A씨가 온라인에 작성한 글에서 부당해고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로 회사가 피해를 입어 자진 퇴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박세중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는 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A씨의 작은 아버지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들과 합의한 것”이라며 “당사자의 의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A씨가 부당해고가 없었다고 인정하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A씨가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회사가 A씨를 약식기소했고, 벌금 300만원이 나왔다. 회사는 A씨에게 온라인에 올린 글들을 지우고 없던 일로 하라고 요구했고, A씨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상태에서 그런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재판부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A씨가 자진퇴사 했다는 회사의 주장에 “형식적으로는 자진 퇴사가 맞다. 회사가 벌금을 볼모로 삼아 A씨를 자진 퇴사하도록 종용한 것”이라며 “피해 당사자가 가해자로 몰리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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