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7일 국회에서 ‘이동통신요금 적정한가?’ 주제로 여야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가계대비 이동통신요금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인식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한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IT 산업발전에 대한 고려’를 강조했고,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요금의 일률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영업초과이익 정부 흡수방안 찾아야”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영기 홍익대 교수는 “요금인하 문제와 관련해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재무성과 분석을 통한 기업의 ‘영업초과이익’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영업초과이익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정상이윤을 초과해 달성한 이익으로 사업을 위해 투자한 자기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보전하고도 남는 금액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8년간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초과이익을 계산한 결과 SK텔레콤의 영업초과이익은 연간 1조2697억, 누적 11조2873억”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정부는 주파수자원의 위탁자로써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과도한 초과이익을 흡수해 통신 등 제반 기초과학 기술개발 투자로 환류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영업통계 등 제반정보에 대한 공개를 확대하도록 규제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현재 방통위 고시 48조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를 공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요금인하에 대한 판단근거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정 교수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주파수의 ‘주인’이 아닌 ‘수탁자’로써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며 “초과이익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려 한다면 언제든지 주파수에 대한 회수 또는 재배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가 나서 정부와 사업자, 시민, 학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 9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통신요금 적정한가' 여야합동 토론회 모습ⓒ권순택 기자

SK텔레콤, “우리나라는 저렴한 이동통신요금으로 많이 쓰는 것”

그러나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타 나라와 비교해 가장 비싸다고 인식되고 있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이동통신사의 영업초과이익 마진율은 30.1%으로 OECD 국가 중 24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 상무는 “1인당 GDP에서 이동통신 매출(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 중에서는 동일 수준”이라며 “(오히려)많은 이동통신량을 고려하면 실제로 요금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 상무는 “이동통신요금정책의 방향은 ‘돈을 많이 버니 깍아라’라는 단순논리가 아닌 IT 산업발전에 대한 고려 등 종합적으로 책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화품질이 높은 국가라는 것 역시 요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방송통신위원회 전성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요금인하의 바람직한 방법은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경쟁 활성화 환경 조성을 위해 MVNO(가상이통신망사업자) 도입과 주파수재배치를 통한 신규사업자 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업에게는 “마케팅 비용이 매출액의 평균 16~17%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마케팅 비용을 투자나 요금인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금의 일률인하에 대해 전 과장은 “그렇게 하면 대기업 총수도 1000원깍이는 것이고 통신요금의 인하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서민생활 안정차원에서 본다면 다르다”면서 “다만 저소득층이나 청소년의 과다한 통신비 부담처럼 시장기능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도 토론회에 앞서 통신요금의 일률적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 위원장은 “대신 많이 쓰는 사람에게 누진제를 매겨 조금 쓰는 서민들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MVNO 도입으로 이동통신요금 인하될까?

또 다른 토론자인 한국MVNO사업협의회 권황섭 회장은 이동통신요금 인하방안으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MVNO가 도입되면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돼 도매대가 수준에 따라 30% 이상의 이동통신요금인하가 가능하다”면서 “MVNO 10개사가 진입하게되면 직간접적으로 10만여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참여업체가 없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것 같은데, 예상사업자로 BC카드사, KMTV, M-net, Bugs Music, 현대자동차 등 대략 10개사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VNO 도입과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 김유향 문화방송통신팀장은 “이를 도입한 해외에서 실질적으로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못찾았다”면서 “MVNO 도입이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양의모 연구원은 “MVNO에 의한 가격경쟁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핀란드의 경우, MVNO 3개사가 15%의 시장점유율과 20%의 요금인하 효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사업자들의 매출이 감소돼 결국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들에 의해 인수합병됐다. 현재 MVNO 도입과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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