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했던 강권주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잔인하게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던 범인 황경일을 붙잡는 데 성공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배신을 목격한 후 여자를 증오해왔던 경일은 그렇게 여성혐오 범죄를 저질러 온 악질 범죄자였다.

단순한 권선징악;
자연스러운 흐름보다는 말로 설명하는 보이스, 한계 벗어날 수 있을까?

설 연휴 기간 결방되었던 <보이스>가 2주 만에 방송되었다. 장르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이들에게 <보이스>가 매력적인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좋은 장르 드라마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제는 명확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투박하니 말이다.

112 센터장으로 온 권주는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것까지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범죄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는 권주는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다. 권주에 의해 진범을 놓쳤다고 생각했던 무진혁도 아내의 죽음 속 진실을 밝히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권주와 진혁이 찾는 범인은 하나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범인이 바로 진범이니 말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둘이지만 진혁은 권주를 믿지 못한다. 그 갈등을 풀어내는 것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하며 진혁은 권주의 능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권주의 특별한 능력과 함께 그의 진정성까지 확인하는 과정은 결국 사건들을 통해서다. 황경일 사건은 진혁이 권주와 함께 진범을 찾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다. 목숨까지 내던지며 범인을 잡고자 하는 권주의 진심을 진혁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은수의 동생을 납치한 황경일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산으로 권주를 끌고가 묻어버리려는 행동을 막은 것은 바로 진혁이었다. 반쯤 묻힌 권주를 살리기는 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경찰 무전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경일을 잡지는 못했다.

레이프 영상을 찍겠다는 경일의 집요함을 눈치 챈 권주는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일해야만 했던 엄마를 사랑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엄마를 믿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가 아버지와 자신을 벌레 취급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어린 경일은 분노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경일을 집을 불을 냈고, 어머니를 죽였다. 그렇게 여성혐오증을 가진 경일은 방화와 살인을 이어가는 존재가 되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그. 그렇게 여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한 경일은 마지막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은수의 여동생을 납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바람이 난 중학교 교사가 바로 은수의 아버지였다. 그 복수를 위해 준비해왔던 경일은 그녀를 능욕함으로써 그 모든 복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돈이 더 중요했던 공범으로 인해 상황은 틀어지게 되고 내부의 갈등은 결국 모든 것이 뒤틀리게 만들었다. 그 사이 범인을 추격하기 위해 햄 통신을 추적하며 경일이 있는 곳을 찾은 진혁과 권주. 폐쇄된 학교를 향한 그들은 경일과 마주하게 된다.

트릭들이 장치되고, 이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결국 범인은 잡는다. 그렇게 잡는 과정에서 권주는 뛰어난 청력을 이용해 납치 피해자를 찾았고, 다른 곳만 헤매던 진혁은 뒤늦게 도망치는 범인을 추격한다. 권주는 뛰어난 청력을 통해 상황을 분석해 파고들고, 진혁은 몸으로 범인을 잡는 형식이 굳어졌다.

여성혐오증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그저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런 자를 붙잡는 권선징악, 그 결과는 시원하지만 과정이 아쉽다. 그리고 장혁과 이하나의 답답한 연기는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투박한 이야기 구조 역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장르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힘이 필수다.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 구조와 힘을 가졌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여전히 아쉽다. 중요한 내용이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 있지 못하고 등장인물들이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골든타임팀에 은수를 합류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건. 그 사건 속 범인이 <보이스>를 관통하고 있는 권주와 진혁의 진범을 찾기 위한 중요한 열쇠 중 하나라는 설정 역시 특별하지는 않다. 물론 이런 얼개조차 없었다면 더욱 최악이었을 것이기는 하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과정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보이스>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등장인물을 대사로 대신하고 있다. 보다 섬세한 이야기 구조와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장르임에도 대사를 통해 중요한 사안을 모두 채워내는 방식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보이스> 시청률은 장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은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만큼 장르 드라마에 대한 층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다시 한 번 뛰어난 장르 드라마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 기대치를 얼마나 <보이스>가 채워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