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청등급은 높아지고 토크는 깊어진 <인생술집> (2월 2일 방송)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다 얘기하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여자 두 명이 와서 이렇게 우리 판도를 바꿔놓은 건 처음이야.”

‘악마의 입담’ 탁재훈마저 두 손 두 발 들었다. 여배우 윤소이의 최초 연애고백이 시시한 근황토크가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술집이었다.

tvN <인생술집>

지난 2일 방송된 tvN <인생술집>은 15세 시청가에서 19세 시청가로 바뀐 첫 방송이었다. 그 변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듯, <인생술집>는 셌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일일 알바생으로 섭외된 에릭남은 ‘마지막 키스가 언제냐’는 질문에 “완전 솔직하게 일주일 안 됐다”고 화끈하게 대답했다. 신동엽은 “키스만 하고는 멈추질 못한대”라고 짓궂게 몰아세웠다. 윤소이는 “클럽을 안 갔는데 어디서 키스했느냐”고 물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모든 게 토크쇼에서 나온 문답들이다. 그것도 ‘비방용 미공개 X파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본방송용.

대개 예능 토크쇼나 연예 정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는 근황 토크를 이어가다가 핵심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술집>은 이다해에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동시에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인, 그래서 제작진의 섭외 이유가 됐을 듯한 세븐과의 열애설을 가장 먼저 물어봤다. MC들이 돌직구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다해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풀어냈다.

tvN <인생술집>

열애설이 난 후 이다해의 대처법에서도 특유의 털털함이 드러났다. “썸이라고 둘러대자”는 세븐의 말에 “써어어엄? 우리가 썸타니?”라고 반박하고, “그러면 알아가는 단계는 어때”라는 세븐의 2차 제안에 “더 알아야해?”라고 반박했다. 연예인들의 그렇고 그런 대처법에 시청자들도 싫증을 느낀다. 이다해는 그런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줬다.

머리 굴리지 않고 열애설을 쿨하게 인정한 이다해처럼, <인생술집>도 머리 굴리지 않고 진솔한 토크쇼를 완성시켰다. 19금 토크쇼라고 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인생술집> 제작진에게 19금이란, MC들과 게스트에게 좀 더 넓은 멍석을 깔아준 것과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열애설, 악성루머, 그리고 여배우의 나이듦. 여느 토크쇼에서 이런 주제의 토크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얘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술집>은 가십성 토크보다,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인생에 대해 얘기했다. 악성루머에 시달려야 하는 여배우의 숙명, 나이가 들면서 맡게 되는 배역의 스펙트럼도 달라지는 여배우의 운명에 대하여. 시청등급은 높아지고 토크는 깊어진 <인생술집>이 많은 연예인들의 인생 토크쇼가 되길 바란다.

이 주의 Worst: 주인공보다 병풍이 더 많았던 <라디오스타> (2월 1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일찍부터 예고했다. 이번 MBC <라디오스타>는 김구라-김정민-예정화 삼자대면이자 김구라-김정민 열애설 해명 현장이 될 것이라고. 알고 봤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최은경, 김나영, 예정화, 황보, 김정민이 출연했는데,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정민의 열애설 해명과 예정화의 마동석 열애 토크에만 집중됐다. 주인공은 두 명, 병풍 게스트는 세 명.

오프닝부터 김구라와 김정민에게 모든 질문과 멘트가 집중되자, 보다 못한 윤종신이 “너희만 문제 있는 게 아니야. (게스트) 다섯 명 다 위기 탈출해야 돼”라고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결국 위기에서 탈출한 건 김정민과 예정화뿐이었다. 나머지 게스트는 위기 탈출은커녕 무엇이 위기인지조차 현상 파악도 못한 채 퇴장했다. 마치 열애설 해명을 들으러 나온 연예인 방청단과도 같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최은경은 박수홍이 얼마나 구두쇠인지, 지금의 남편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황보는 촬영대기 중 부러진 코뼈를 방치한 사건, 김나영은 해외에 러닝셔츠를 전파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체 이들의 위기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라디오스타>가 솔루션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날 주제가 ‘위기탈출’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토크의 주제가 위기탈출에 집중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위기탈출’을 토크 콘셉트로 잡았다면 게스트의 현재 방송 스케줄이나 빈도에 대해 언급은 해야 되지 않을까.

오프닝 때 최은경은 “오늘 제 위기를 짚어줘서 위기를 탈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클로징 때 “위기 탈출은 못한 것 같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최은경의 끝 인사를 그냥 흘러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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