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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정말로 대통령 되고 싶다면과거 정권 평가 회피하며 민주정부 반복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2.03 14:52

요 며칠 사이 신문 정치면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희정 지사는 특유의 안정감과 신뢰감 있는 행보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보수층과 상대적으로 진보적 지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두 묶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 중 보수언론이 안희정 지사를 띄우는 데에는 나름의 정파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틀째 대권주자들에 대한 ‘세대론’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요약하자면 현재 대권주자 중 유일한 60대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맞서 50대 주자들이 나름 발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공학’으로 번역하면 개헌에 이은 ‘반문연대’의 새로운 재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물론 보수언론이 안희정 지사를 ‘위험인물’로 판단했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띄워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과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임 정부가 결정한 것을 함부로 뒤집을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과거를 묻지 않는 제세력 간의 대연정도 언급한 바 있다. 아마도 그의 이런 스탠스가 보수언론에도 안도감을 주지 않았나 한다.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대권주자가 갖는 이념적 정체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으나 그 한계 내에서 작동하는 선거전술의 문제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안희정 지사가 중도적 지향을 보인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 ‘철학의 부재’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 소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지사는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자신의 정책적 비전을 설명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언급이다. 안희정 지사는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자리 복지’ 정책을 통한 소득배분을 우선해야 하고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지사는 “근로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제활동 인구에 대한 수당 등 각종 지원은 복지제도 설계라는 철학과 원칙에서 볼 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면서 “근로 능력이 있는 분께는 반드시 근로능력과 연계된 복지정책을 펴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지사의 이 발언에서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째는 안희정 지사가 언급하는 ‘일자리 복지’란 결국 복지가 아니라 한국적 현실에서는 노동정책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는 ‘근로능력과 연계된 복지정책’을 언급한 것을 볼 때,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라는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적 복지냐 보편주의적 복지냐의 논쟁은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무상급식’이라는 형태로 일부 제기된 바 있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문제가 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잔여주의 복지체계에 대한 문제제기 였다고 한다면, 복지의 목표를 노동시장 탈락계층의 복귀에 우선할 것이냐 사회적 시민권 보장의 차원에 둘 것이냐는 생산적 복지의 의의에 대한 논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의 복지정책에서 생산적 복지냐 보편주의적 복지냐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철학의 방향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에는 안희정 지사의 발언은 2010년 야권 일반이 합의(?)했던 수준보다는 몇 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는 점은 필연적으로 안희정 지사에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의 한계를 말하는 사람들은 10년의 기간 동안 수립된 복지체계가 근로능력 확충에만 집중되었으며, 후반기에는 그나마도 시장화 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안희정 지사는 기존의 진보 보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진보 새로운 정치를 말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그의 비전이 기존 민주정부 정책의 ‘재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의문은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2일 내놓은 대선출마선언문에서도 반복해서 확인된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전을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 혁신형 경제모델, 공정한 민주주의 시장질서라는 키워드로 요약해서 설명했다. 좀 더 풀어서 쓰자면 북핵문제로 대표되는 대외리스크 안정을 통한 통상국가로서의 지위 강화와 중소기업 보호 및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경유착 근절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이 대목에서도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경제정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는 대기업의 전횡을 공정한 시장질서 강화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방치한 결과를 낳은 안이한 재벌정책과 ‘동북아 금융허브론’으로 대표되는 개방 및 금융화 중심의 자본축적전략이다. 안희정 지사가 출마선언에서 “경제에 관하여 저는 특별히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지 않습니다. 지난 여섯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 이런 맥락이다. 민주정부 10년의 경제정책도 그랬다. 외환위기라는 단절을 겪기는 했지만 민주정부가 실시한 경제정책 역시 과거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주장하거나 시도해온 것들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안희정 지사의 정책적 비전은 민주정부를 극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서 그들의 시도를 다시 한 번 반복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민주정부 10년의 경제정책은 당연히 공과가 명확하겠지만, 공을 이어받고 과를 보완해야 할 일이지 그저 반복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신이 남긴 저서인 <진보의 미래>에서 자신이 재임하던 시절의 경제정책 일부에 대해 회한을 남긴 바 있다. 복지예산에 대해 “그냥 밑줄 긋고 해오라고 경제 관료들에게 지시하면 될 것을 설득하고 토론하느라 시간 다 허비했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공을 이어받고 과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는 이러한 ‘평가’ 자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일 JTBC <뉴스현장>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의 ‘녹색성장’에 대해 “기후변화 시대에 녹색성장을 이야기한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제안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지속가능한 발전 철학을 근거로, 녹색산업과 녹색성장이라는 미래를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발언한 것도 그렇다. 녹색성장은 분명 명분이 있는 제안이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는 원전수출과 탄소배출권거래제 등의 또 다른 금융산업적 시도로 귀결되었다. 안희정 지사의 주장이 이를 반복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안희정 지사가 실제 정책적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보를 지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나름의 계산과 공학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 출마한다는 정치인에게 최대한의 신의성실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 역시 언론의 의무이다. 안희정 지사가 의도된 정책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의 대가는 보수언론에 의해 ‘반문연대’의 일원인 것처럼 언급되거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로 남는 두 가지 결말 뿐이다. 안희정 지사가 진심으로 대권을 바라고 있다면 누구의 것이 아닌 자신의 철학을 내보이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만 한다. 안희정 지사가 과연 이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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