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4일 김준상 방송진흥기획관을 방송정책국장으로 발령했다. 이로써 구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유일하게 고위공무원단에 속했던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방통위를 떠나게 됐다. 황 전 국장에게 EBS감사 내정설이 불거지고 있기도 하다.

구 정보통신부 출신을 방송정책국장에 앉히는 이번 인사에 대한 방통위 내외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정리된다.

▲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스
우선 최시중 위원장의 친정체제 굳히기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최시중 위원장은 연내 사업자 선정을 목표로 종합편성채널과 신규 보도전문채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국회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의 평결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디어법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디어법 기정사실화라는 차원에서 전력을 다해야할 종편 추진에 최시중 위원장 자신의 측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김준상 신임 방송정책국장은 구 정통부 출신으로 방통위 출범 후 ‘상승가도’를 달렸다. 방통위 살림을 총괄하는 운영지원과 과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방통융합실 방송진흥기획관으로 방송정책의 핵심사항인 미디어렙 도입문제,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추진, 지상파디지털전환 등을 관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승 배경엔 김 신임국장의 개인 능력도 포함된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방통위 공무원노조가 매년 뽑는 ‘베스트 방송통신위원회’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김 국장은 방통위 내부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분류된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김 국장이 최 위원장의 측근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최 위원장과 학연으로 연결된다. 최시중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결국 최 위원장이 자신의 측근을 방송정책의 핵심 요직에 내세웠다는 얘기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이라는 최 위원장 친정체제의 강화는 종편 도입 문제뿐만 아니라 미디어렙 도입 등 방통위가 행사할 방송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 비해 통신의 논란 요인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에서 방송정책 영역에서의 친정체제 강화가 수긍되기도 하지만 일방향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대화와 논의보다는 강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인사로 황부군 전 국장이 이미 중요 논의 라인에서 배제됐거나 배제될 것이라는 추측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정통부 출신 인사를 방송정책국장으로 발령하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구 방송위 출신들은 방통위 출범 1년 6개월만에 주변부로 밀려나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 또한 방송정책국에서 찾을 수 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준상 신임 국장에 이어 정통부 출신인 김영관 편성평가정책과장이 방송채널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채널정책과는 종편 추진을 맡고 있는 해당 부서다. 최정규 전 채널정책과장은 편성평가정책과로 발령됐다. 이로써 방송정책국의 국, 과장 5인 중 김정태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을 제외한 4인이 정통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정통부 출신이 통신 영역을 넘어서 방송정책의 핵심 요직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공무원단에서도 방송위 출신의 자취는 사라지고 있다. 방송위 출신인 정한근 기획재정담당관을 부이사관으로 전보 발령해 고위공무원단에 해당하는 방송진흥기획관에 임명한다는 계획이지만 황부군 전 국장이 맡았던 위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역할과 책임 면에서 국장과 관의 차이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향후 방송위 출신이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이사관에 해당되는 방송위 출신은 모두 4명으로 전파연구소나 중앙전파관리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이사관으로 방통위 본부에서 근무해야 고공단 승진이 가능하지만 방송위 출신 부이사관이 본부에서 근무할 확률은 없어 보인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방송위 출신이 고위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없으며 방송정책국장 등 방송정책 관련 핵심 요직은 언제나 정통부 출신 자리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청와대 방통융합비서관실에도 방송계 출신은 물론 방송전문가가 없듯이 방송정책 주무기관인 방통위에서도 방송전문가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면서 “통신과 엄연히 다른 방송을 산업적 고리로 활용하려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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