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유재천·이하 공발연)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선거방송'으로 보도, 시사교양, 토론 프로그램으로 나눠 발제가 준비됐기에 최근 대선미디어연대나 민언련 대선모니터팀이 분석한 결과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됐다.

▲ 공발연 주최 '국민의 선택, 선거방송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정은경
결론부터 말하면 시사교양과 토론 프로그램 분야 발제는 실망스러웠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정책검증을 해야 한다'거나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에게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는 등 주장이 별로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발연 후보자 중심 모니터에 '협공'

그러나 보도 분야 발제를 두고서는 논란이 일었다. 방송뉴스가 정책보도를 외면하고 군소후보를 주변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비슷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기준으로 모니터를 한 데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 연세대 윤영철 교수. ⓒ정은경
연세대 윤영철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가 공발연 모니터팀의 양적, 질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는데, 그는 먼저 양적분석에서 후보자에 대한 보도태도를 '유리' '불리' '중립'으로 나눠 비교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방송 3사 모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보다는 '불리'한 보도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MBC가 가장 많았다. 윤 교수는 "이것이 곧 불공정보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긴 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가장 많이 내보낸 곳도 MBC였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가장 많이 내보낸 곳도 역시 MBC라는 점에서 양적분석 결과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윤 교수는 △'중립'이 많을수록 공정보도 가능성이 크다 →△KBS, SBS에 비해 MBC가 '중립'이 적다 →△따라서 MBC가 KBS보다 쏠림 경향이 강하다는 논지를 폈다. 전형적인 '기계적 균형' 논리다. 그는 또 "기자와 앵커의 주관적 가치평가가 가장 많은 곳이 MBC"라는 결과를 MBC 뉴스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중립' 많으면 공정?…MBC에 대한 불만 곳곳 드러나

윤 교수는 모니터 기간 동안 이명박 후보 관련 검증 및 비리의혹 기사가 많았기 때문에 양적 분석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면서 질적 분석 결과도 덧붙였다. 그는 '편파기법'으로 △자막¢CG활용 여부와 그 방식 △영상제시에서의 편파 △사운드바이트 사용에서의 편파 △특정후보에게 유불리한 특정 용어의 부각 △표제사용방식 △기사 전체 혹은 부분의 누락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표제사용 방식의 사례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날 MBC가 각각 표제를 '후보에게 듣는다'와 '정동영 후보에게 듣는다'로 한 것을 들었다.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름 유무는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기사 전체 혹은 부분의 누락의 사례로는 지난 5일 이명박 후보의 관훈토론은 SBS만 보도했는데 7일 정동영 후보 관훈토론은 KBS MBC SBS가 모두 보도한 것을 들었다.

윤 교수는 "비슷한 뉴스를 다루면서 어떤 후보의 경우에는 사운드바이트, 사진, 자막을 모두 사용하면서 다른 후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질적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라고 말했다.

"후보자 중심 모니터, 미온적 검증 부추겨"

그러나 이는 뉴스는 연출된 것이 아니며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뉴스가치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공발연은 보도의 기계적 중립을 강조했으나 토론자들은 아직도 검증이 모자라다며 반박했다.

▲ 여성민우회 강혜란 소장. ⓒ정은경
토론자로 참석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은 관련보도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여성단체에서 계속 성명을 내왔는데 이런 보도를 이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로 분류하느냐"며 "후보에게 불리하냐, 유리하냐는 기준이 시민사회에 어떤 이익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의 틀에 갇혀서 미온적으로 검증보도를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면서 "후보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아니라 시민과 시청자의 알권리에 근접한가, 아닌가에 따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니터해달라"

▲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 ⓒ정은경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언론정보학부)도 "방송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양적균형을 맞추느라 몸사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증은 없고 공방만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백미숙 교수(언론정보학과 BK21 연구교수)는 "모니터가 너무 후보자 중심이다. 방송이 유권자의 관심을 어떻게 담아내고 필요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게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주셨으면 좋았을 뻔 했다"며 "공발연이 해야 할 일은 공정성 감시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뉴스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모니터해주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영철 교수 반박 "선정적 표현이 문제란 뜻"

토론에서 반론이 제기되자 윤영철 교수는 "선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문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에도 MBC 보도 사례를 들며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식 자본주의'라는 정동영 후보의 연설을 인용하거나 개성공단을 동영공단으로 표현하는 등 언어를 자극적, 선정적으로 써 한쪽으로 쏠리게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강혜란 소장이 예로 든 '마사지걸 발언' 보도에 대해서는 "동질적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보도했느냐가 문제"라고 앞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4년 총선 때 정동영 후보의 '노인폄하' 발언 보도를 예로 들며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강혜란 소장은 재반박하며 "후보자의 권리와 시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후보자 권리에 더 무게를 두면서 후보자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토론 기피하면 과태료 부과해야"…"빅3 토론, 진보진영 기회 봉쇄"

▲ 단국대 김연종 교수. ⓒ정은경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토론 기피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TV토론 분야 발제를 맡은 단국대 김연종 교수(언론홍보학과)는 "2002년엔 너무 많았던 토론회가 이번 대선에선 실종 상태"라며 "후보자가 토론회에 나서지 않을 때 적절한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원 변호사(법무법인 디지털밸리)도 "불참 후보에 대해 과태료를 내게 하고 돈을 냈는지, 안냈는지도 공지를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경향신문 김정섭 기자도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선거의 전략이 되어야지 참석 여부가 전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각 후보들이 전향적 자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김정섭 기자. ⓒ정은경
그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빅3' 토론회와 관련해선 "정치적 스펙트럼이 한쪽으로 쏠리고 진보진영의 기회를 봉쇄하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는 "토론의 목적은 그 사람으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데 있는데 지금 토론은 공정성에 대해 너무나 무서워하는 나머지 들으나마나한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고 있다"고 TV토론의 '흥행 저조'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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