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박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끌기의 방법도 다양하다. 준비기일에 신청하지 않았던 증인 30여 명을 변론기일에 신청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변호인단 전원사퇴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는 결국 헌법재판관 수를 최대한 줄여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 (연합뉴스)

박한철 전 소장의 임기 종료로 현재 헌법재판관 수는 8명으로 줄었다.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인 다음달 13일까지 헌재가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7명의 재판관 중 6명의 동의를 받아야 탄핵이 인용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7인 체제로 가게 되면 대통령 측에서는 두 사람 반대표만 얻으면 탄핵 기각을 받을 수가 있게 되니까 대통령 측에서는 3월 13일 이후에 7인 체제에서 재판 받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대현 전 재판관은 "탄핵심판 절차 피청구인으로 된 사람은 사인"이라면서 "국가기관으로서 권한쟁의심판을 할 때는 국가기관인데 지금 탄핵 절차는 징계 절차의 대상자다. 공무원 신분에 불과하고 사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전원사퇴를 감행할 경우 헌재 탄핵심판이 또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로 심리가 지연되자, 지난달 31일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퇴임사에서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의 격동 속에 대통령 직무정지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달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빠른 시일 내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측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탄핵 인용 시기를 못박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1일 헌재에서는 박한철 전 소장의 발언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중요성과 대통령의 방어권 행사를 고려하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이유로 심판 선고기일을 미리 정하는 것은 심판 결과에 심각한 공정성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헌법재판관의 임기와 정족수 문제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후임 재판관을 지명하는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짧은 심리로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단 권선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된 지 벌써 두 달로 심각한 국정 공백이자 헌정 위기"라면서 "탄핵심판이 장기화되면 국론이 분열되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결정돼야 한다는 데 국민도 공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 측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이 빨리 복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탄핵심판의 빠른 진행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