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디 콰트로. 결국 사중창의 힘이 초대 팬텀싱어의 자리에 올랐다. 27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을 꽉 채운 관객들과 두 시간 넘게 진행된 <팬텀싱어> 마지막 결선 2차전에서 포르테 디 콰트로는 1차전에서의 압도적인 점수차를 그대로 유지한 채, 아니 그 이상의 득표를 얻어 영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세 팀의 1차전 순위는 변함없이 최종 순위로 이어졌다.

반전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놀라운 일들이 최종 결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선 늦은 시각임에도 3천석 이상의 현장 객석이 가득 찼다는 점이 놀라웠고, 문자투표에 거의 50만 가까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팬텀싱어>가 후반에 들면서 인기가 높아졌음은 느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높은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JTBC <팬텀싱어>

문자투표수로만 보자면 마지막 결승 생방송은 시청률도 꽤 높을 것을 예상하게 된다. 이런 수치적 요소들만 본다면 <팬텀싱어> 시즌1은 대성공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성공이었다. 윤종신이 기획 단계에서 그저 조기종영만 피하기를 바랐다고 한 점을 감안한다면 제작진이 기대했던 최대치를 넘은 대성공이었다. 또한 1,2차전 압도적인 점수차로 우승에 안착한 포르테 디 콰트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화려한 환경 속에서 우승팀이 나왔다는 사실 말고, 방송으로서의 <팬텀싱어> 최종 무대는 낙제점을 받아야 했다. 무대에서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시청자들의 거센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화면에 비치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을 만큼 시청자에게 전달된 현장 음향은 엉성했다. 헤드폰을 착용하면 조금 나았겠지만 가족들이 함께 본다면 불가능한 옵션이었다.

JTBC <팬텀싱어>

이는 단순히 아쉽다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2차전은 문자투표로만 점수 적용을 했다. 시청자에게 온전한 소리를 전하지 못한 것은 공정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방송 음향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틀린 시험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세 팀 모두 음정이 많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무대 모니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됐다. 아니면 연습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무조건적으로 채용했던 문자투표의 문제점은 역시 공정성이었다. 노래의 완성도보다 인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팬텀싱어>는 그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 확대시켰다. 가장 정확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심사위원과 3천 명이 넘는 현장관객은 그저 방송 화면을 위한 배경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음악 생방송 경험이 없다시피 한 JTBC에게 생방송은 기술적 우려가 컸었다.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중창은 또 다른 기술적 도전이다. 기술적으로 어떤 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고, 티비로 본 시청자는 그저 속이 탈 뿐이었다. 어떤 이는 "시청자를 왕따시키는 방송"이라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였다. 사실 지난 녹화방송들도 음향에 문제가 없지 않았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대형 공연장를 생중계한다는 것은 의욕만 앞선 무리수였다.

JTBC <팬텀싱어>

제작진도 실시간 반응을 모르지는 않았던지 마지막에 윤상은 현장음향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에 오히려 시청자들의 분노게이지가 더 오르게 됐다. 그럼에도 문자투표가 50만에 육박하는 숫자를 기록한 것도 무척이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팬텀싱어>의 성공요인은 마이너리티의 결합이라는 역발상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승에 와서는 기존 오디션들의 방식을 고민 없이 답습하고 말았다. 자신들의 장점을 포기한 데서 실패는 더욱 큰 오점으로 남을 것 같다. 기술적 담보 없이 대규모 공연을 기획한 것은 내실보다 외연에 치중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현장 엠씨의 미숙하고 부적절한 진행도 눈에 거슬려 음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청자를 더욱 괴롭게 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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