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일은 탈이 나기 마련임을 누구보다 몸소 겪은 게 ‘런닝맨’이다. 개편을 염두에 두고 멤버들에게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하고, 그 자리에 다른 이를 캐스팅하려 했던 것은 예능 역사에 남을 무리수였다.
김종국과 송지효를 하차시키고자 했던 제작진의 생각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청자들 모두 어이없어했을 이 사건은 결국 차디찬 반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끝나 적잖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런닝맨>의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은 국내 시청자들의 선호도와 타 프로그램의 인기 영향이었지, 재미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시청률)만으로 잘나가던 멤버를 자르려던 것은 그래서 이해할 수 없던 일.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대형 사건은 단순히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었다. 국내보다는 해외 팬층이 더 두터운 <런닝맨>이 가장 인기 있는 김종국과 송지효를 자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
합리적인 상상으로 유추해본다면 김종국의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고, 송지효의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기에 이 무리수도 결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종국 역할이 바로 강호동이었을 것.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꾸준히 욕심을 내왔고, 드라마 쪽에도 꾸준히 지분을 넓혀가는 SM이라면 외주사 지분이 거의 없는 <런닝맨>은 여러 형태의 제안이 가능했다 여겨진 곳이었을 것이다. 아닐 수 있지만, 그 예상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제작진으로서 시즌2를 다른 멤버로 하려 김종국 대신 강호동을 선택한 것은, 과거 유재석과의 호흡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었다고 하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이미 충성도가 있는 시청자를 갖고 있는 <런닝맨>에 무리수를 둔 캐스팅은 반길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근래 강호동이 <신서유기>와 <아는 형님>, <한끼줍쇼>를 통해 성공하는 듯하지만, 그건 착시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해당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담당하고 인기 있는 멤버는 다른 사람이기에 그의 감각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런닝맨>이 처음 흥할 수 있었던 건 유재석과 강호동이 분리돼 있어서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 호흡이 잘 맞은 시절을 넘어 새 세상에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른 성격을 보였기에 그 선호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지금에 와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한자리에 있는 것을 일부라도 바라는 것은 한시적인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콜라보의 성격을. 그런데 콜라보가 아닌 정식 멤버로 하려고 했던 것은 그 자체가 무리수였다.
<런닝맨>이 오래 시청자와 달릴 수 있으려면 같이 뛰는 이의 호흡을 먼저 맞출 줄 알아야 하고, 그 다음은 시청자와의 호흡이다.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시청자가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우선 멤버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회복하는 작업이 한 달여 필요해 보이고, 이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더라도 멤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이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의 룰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고, 책임 프로듀서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 영속성을 잡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조효진 PD와 김주형 PD의 역할을 할 고정 캐릭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제작진과 멤버 간의 긴장감 있는 그림 또한 새로 만들어 가야할 과제다.
현재 <런닝맨>은 긴장감이 없다. 또한, 새롭게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 또 한 가지는 관계를 망치는 인물을 영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