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고기라는 표현은 <탐나는도다>의 서우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럴 만큼 이 드라마에서 서우는 빛난다.

지금 시점에서 서우가 더 돋보이는 것은 주요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줄줄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수목 드라마엔 연기력 논란의 본좌인 윤은혜와 성유리가 버티고 있다. 월화엔 손담비가 있다. 그리고 주말엔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같은 캐릭터의 반복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지아가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서우가 더 돋보인다. 서우는 절대로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만화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그녀가 맡은 건 귀여운 역할인데, 귀여움만 있는 윤은혜에 비해 훨씬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뻣뻣한 느낌의 성유리나 손담비와는 다른 차원의 자연스러움이 있다.

네티즌은 <선덕여왕>의 미실과 비담에게 ‘표정 100종 세트’를 헌정했다. <선덕여왕>은 현재 국민드라마 소리를 듣는 작품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표정 100종 세트’를 네티즌에게 선사받은 배우는 요즘엔 서우가 유일하다. 서우가 출연하고 있는 <탐나는도다>는 <선덕여왕>과는 달리 한 자리수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드라마의 주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부각된 것이다. 서우가 <탐나는도다>에서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MBC

서우 격하게 귀여워지다

최근 서우의 귀여움이 점입가경이다. 귀양다리를 구박하던 서우는 요즘 귀양다리의 묘한 ‘뻐꾸기’에 마음이 달았다. 서우가 이양인을 따라 고향을 버리려 할 때 귀양다리가 ‘네가 가는 게 싫다’라고 한 것이다.

그후 서우는 귀양다리를 졸졸 쫓아다니며 그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말하자면 남자 손끝만 스쳐도 심장이 뛰는 여고생의 달뜬 캐릭터인데, 이런 캐릭터는 귀여울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양다리와 뽀뽀사건까지 있었다. 점점 귀양다리의 마음이 궁금해지며, 한편으론 무심한 그가 야속한 명랑소녀의 캐릭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양팔을 살레살레 휘저으며 뛰듯 걷거나,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며 귀양다리를 좇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이번 주에 귀양다리가 심각하게 수사를 하는 가운데, 멀뚱멀뚱 나타나 귀양다리에게 투정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귀양다리가 데면데면하게 나오자 금방 삐져서는 ‘니 좋아서 쫓아온 줄 아나’라고 소리치며 ‘뿡!’하는 모습도 ‘격하게’ 귀여웠다.

서우의 극중 캐릭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벨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호기심 많고 꿈 많은 소녀.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재투성이 아가씨. 그런 소녀의 눈앞에 나타난 두 이방인. 그 둘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환희와 상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생기발랄해 정말 물 만난 고기같다.

▲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MBC

탐나는도다, 올 여름 두 번째 저주받은 걸작

그렇다고 수렁에 빠진 작품에서 서우 혼자 고군분투하는 건 아니다. 작품의 훌륭한 완성도가 서우라는 배우를 아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주고 있다. 서우가 아니어도 <탐나는도다>는 볼 만한 드라마이며, 서우의 존재가 더해져서 ‘완소’ 드라마로 격상됐다.

아름다운 화면, 착착 감기는 대사, 그리고 멋진 귀양다리와 정감어린 제주도민 등 한 명 한 명 사랑스러운 조연 캐릭터들까지. 그야말로 ‘웰메이드’ 드라마 그 자체다. 중앙세력과, 제주도 토착세력과, 이양인 청년과, 동인도 회사가 엮인 야심찬 이야기 구조도 볼 만하며, 그 속에서 펼쳐지는 소녀의 원맨쇼는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에 완성도로 보나, 감정이입의 정도로 보나, 캐릭터의 매력도로 보나,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3대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선덕여왕>과 <친구, 우리들의 전설>, 그리고 <탐나는도다>다. 이중에서 뒤의 두 작품이 시청률 재난을 당했다.

공들여 잘 만든 작품이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급기야 어제는 <탐나는도다> 조기종영 발표까지 터졌다. 물론 예정된 방영편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서 조기종영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얘기가 그 얘기다. 20편까지 가능하다고 했던 것을 최소방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조기종영이라고 할 수 있다.

편수가 줄어들면 20편일 때 가능했을 서우와 귀양다리의 알콩달콩한 재미가 사라질 것이다. 빨리 끝내기 위해 이야기가 거칠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풍성한 만찬같은 이야기가 졸지에 다이제스트 최소반찬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시청자가 매정하게 외면해서 벌어진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쉽다. 사랑스러운 제주도민들을 이런 식으로 떠나보낼 줄이야. 올 여름 우리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매정하게 흘려보냈고, 이제 <탐나는도다>가 두 번째 저주받은 걸작 반열에 오르려 하고 있다.

▲ 네티즌들이 만든 서우 표정 100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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