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또다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집니다. 그 대상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 삼성 이재용 앞에서 가로막혔던 구속영장을 이번엔 발부받을 수 있을까요?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은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자신이 없다면 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가로막힐까봐 솔직히 불안하네요. 이틀 전에 대인 상처가 워낙 커서 말이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자신감만으로 모든 일이 바라는 대로 척척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우리 사는 이 나라에선 법리다툼 외에도 외부적 요인, 예컨대 영장 판사의 성향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기도 합니다.

이재용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가 친기업 성향의 조의연 판사였다는 것은 정의사회를 꿈꾸었던 모든 이들에게 불행이었습니다. 영장 판사가 그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꺼림칙했을 정도.

그러면 김기춘, 조윤선 건은 어떨까요? 이번에도 역시 판사 운이 따르지 않은 듯합니다. 담당판사가 다름 아닌 성창호 부장판사거든요. 경찰 물대포에 맞아죽은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 영장을 발부한...

그게 다가 아닙니다. 성 판사는 촛불이 한참 타오르던 지난해 11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해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뿐입니까? 같은 해 7월엔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비자금 조성, 증거인멸 등의 의혹을 받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이처럼 논쟁의 여지가 있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성 판사의 전력을 미루어 보건대,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역시 뻔한 것 아니겠느냐는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삼성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뇌물죄를 잇는 최단코스가 막혔듯이, 만약 김기춘, 조윤선 영장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과 블랙리스트를 잇는 직진코스 역시 막히게 됩니다.

한겨울에도 촛불을 높이 들며 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보다 공평하고 보다 정의롭고 보다 따뜻한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천만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끔찍한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 부장판사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모두가 예측한 대로 영장 기각? 아니면 영장 발부로 즐거운 반전?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그의 손끝을 로또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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