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17년 조기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에 안팎의 지지율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따돌리는 분위기다. 한때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를 앞서나가기도 했지만 사이비종교, 친인척 비리, 정치 행보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할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반기문 대체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도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연합뉴스)

사실 홍석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할 거란 소문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홍 회장이 차기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당시 지라시에서 홍 회장이 중앙일보로 보수 민심을, JTBC로 진보 민심을 얻어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신아일보에 <‘반기문 대망론’ vs ‘홍석현 대망론’>이라는 칼럼을 게재해, 홍석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을 제기했다. 칼럼에서 조 전 사장은 “반기문과 홍석현은 묘한 관계”라면서 “원래 UN 사무총장 자리는 홍석현 회장의 몫이었다”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홍 회장은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대사직과 함께 차기 UN 사무총장 후보 내정의 약속을 받고 2005년 워싱턴에 주미대사로 부임했다”면서 “2005년 7월 MBC가 ‘삼성 X파일’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아마 홍 회장이 UN 사무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조한규 전 사장은 “두 사람이 ‘통일’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면서 반기문 전 총장의 통일 카드는 ‘북한 방문’, 홍석현 회장의 통일 카드는 ‘어젠다 세팅’이라고 전했다. 조 전 사장은 반 총장과 홍 회장의 당시 통일 주도권 잡기 경쟁을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된 ‘외곽 때리기’로 해석했다. 두 사람 모두 직접적으로 대권을 언급할 수 없는 처지여서 ‘통일카드’를 통해 우회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연합뉴스)

조한규 전 사장은 원불교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홍석현 회장이 ‘통일 대통령’이란 큰 꿈을 갖게 된 것은 오래 됐다고 한다”면서 “젊은 시절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를 만나 ‘통일 대통령’의 꿈을 키웠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홍 회장에게 통일 대통령의 가르침을 준 대산 종사가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 조세형 전 의원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찾아와 자문을 구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조한규 전 사장은 2016년 5월 3일 ‘중앙일보-CSIS(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포럼 2016’ 이후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의 차기로 미스터 홍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홍 회장이 질 때 반 총장이 떴으니, 반 총장이 지니까 홍 회장이 뜨는 것인가. 운명의 절묘한 반전”이라고 말했다.

홍석현 회장은 지난해 2월 포스텍 명예공학박사 수락연설에서 “공자도 오십이 돼서야 지천명, 그 뜻을 알게 됐다”면서 “공자가 그 뜻을 실천한 것은 그로부터도 18년이 지난 68세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홍 회장은 올해로 68세가 됐다. 조한규 전 사장은 이를 2017년 천명을 실천할 것, 즉 대권 출마로 해석했다.

중앙일보의 최근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중앙일보는 리셋 코리아 프로젝트의 출범행사 기사를 16일자 1면 헤드라인을 할애했다. 중앙일보는 리셋 코리아가 중앙일보와 JTBC 주도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면서, 13개 분과로 나눠 원로그룹과 워킹그룹이 회의와 끝장 토론을 거쳐 핵심 정책을 도출하고, 시민마이크와 빅데이터 분석 및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석현 회장은 리셋 코리아 프로젝트 출범 행사에 직접 참석해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집단 지성으로 지혜와 인재를 모아서 정책과 사람, 국가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민주주의, 정책, 국가시스템 등의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은 사실상의 대권출마 선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리셋코리아 운영방안. (사진=JTBC보도 캡처)

리셋 코리아의 13개 분과장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 김의영 서울대 교수(시민정치), 장승조 전 합참의장(국방),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외교안보), 김병연 서울대 교수(통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통상),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기업지배구조), 김태유 서울대 교수(4차 산업혁명),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교육), 송인한 연세대 교수(보건복지), 주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노동), 김종인 전 문화관광부 장관(문화) 등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배치돼 예비 내각을 방불케 한다.

리셋 코리아는 시민마이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해 리셋 코리아가 어젠다를 제시하고 운영위와 여론·공론조사를 통해 중앙일보와 JTBC가 이를 다시 시민과 전문가 집단에 풀어놓는 운영방안도 제시했다. 운영위원으로 참가한 김진명 작가는 “시민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들어 정책으로 만드는 리셋 코리아는 단순한 여론 수렴 채널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녹아드는 용광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대권주자의 싱크탱크와 비슷한 양상이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홍석현 회장의 대권 출마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일부 언론의 주장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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