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권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과 친인척 등의 문제가 보도되며 연일 이슈에 오르고 있다.

이밖에 ‘반기문 턱받이’, ‘반기문 퇴주잔’ 등 반 전 총장의 서민행보에서 나타난 해프닝도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와 MBC의 반 전 총장 보도에서 이러한 행보 이외에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 전 총장의 일정과 행보를 쫓는 ‘반기문 띄우기’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전날인 11일 KBS<뉴스9>는 <반기문 동생·조카 기소…“가족 명성 수회 언급”>을 보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과 조카가 1조원 대 경남기업 베트남 건물 매각에 관여하는 과정에서의 뇌물, 사기, 돈세탁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 기소됐다”는 내용의 리포트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귀국한 12일 이후 KBS 뉴스에서 그의 대선 행보만 횡행했다.

▲KBS<뉴스9> 12일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9>는 12일 <반기문 귀국…“일류 국가 만드는데 한몸 불사를 것”>에서 “(반 전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며 의혹 제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은 없고 오로지 반 전 총장의 입장만을 전한 리포트였다. 이날 <뉴스9>은 톱뉴스부터 내리 6꼭지를 할애하며 반 전 총장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KBS<뉴스9>는 13일과 14일에도 반 전 총장의 일정과 행보를 쫓아 보도했다. 13일에는 <반기문 친서민 행보…“청년문제 해결” 부각>이라는 제목을 뽑고 “(반 전 총장이) 동사무소에 직접 들르고 김치찌개를 먹으며, 친서민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청년실업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또 14일에는 <고향 찾은 반기문…“정권교체로는 부족”>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유엔 사무총장 10년 임기를 마치고 고향 집을 찾은 반기문 전 총장...귀국 인사를 올리자 노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KBS ‘뉴스9’는 반기문 띄우기 그 자체였다”고 평가한 뒤 “터무니없는 물량공세도 문제지만 리포트 문구들을 보면 미화와 홍보가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서 한겨레는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에 특별 의전을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며 “또한 공항에는 환영 인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기문 대선 출마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눈뜨고 볼 수 없을 반기문 띄우기 보도는 사실 예견된 것”이라며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 맞느냐’며 보도 참사를 주도한 인물(정지환 KBS 통합뉴스룸 국장)이 버젓이 책임자 자리에 유임됐는데 뉴스가 달라질 리 있겠는가. 도대체 얼마나 더 KBS뉴스를 추락시킬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MBC<뉴스데스크> 17일 보도 화면 갈무리.

MBC<뉴스데스크>는 11일을 시작으로 17일까지 매일 한 꼭지씩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보도했다. 12일 ‘23만 달러 수수설’과 관련해서는 반 전 총장의 말을 전해 의혹을 반박할뿐 구체적인 의혹이 무엇인지는 설명조차 없었다.

17일 <반기문 '봉하마을·팽목항' 방문, 통합 행보 강행군>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는 반 전 총장의 봉하마을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해 “일부 친노 지지자들이 반 전 총장 일행을 막아서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반 전 총장의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방문에 대해 “진도 팽목항에서 반 전 총장은 세월호 추모관을 둘러보고 유가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2014년 참사 직후 뉴욕 분향소 조문 외에는 그는 세월호에 대해 단 하나의 언동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팽목항은 대권용 쇼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봉우 활동가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언론이)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검증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는 정치적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덕목에서 어긋난 반민주적, 반저널리즘적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언론 보도 방식은) 다가올 대선에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를 일부 방송사들이 이끌어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송 언론을 정상화하기 위한 개혁이 절실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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