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과 조윤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이들에 대한 영장 청구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증거들이 이들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부정해도 진실이 가려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매카시를 꿈꾼 김기춘;
박근혜 최순실은 경제공동체, 태극기 가치 훼손하는 리플리 증후군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박근혜 사저 논란, 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SK, 헌재의 증거 채택의 의미, 장시호 최순실 공판, 보수와 수구에 대한 이야기가 17일 <JTBC 뉴스룸>의 핵심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인 박근혜로 귀결된다.

최순실의 어머니 임선이가 직접 박근혜의 삼성동 사저를 계약하고 돈을 지불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박근혜는 사저 구입과 관련해 직접 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박근혜는 장충동 사저를 판 금액으로 삼성동 사저를 구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시기나 금액 모두 맞지 않다는 점에서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가 '경제 공동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로 다가온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헌재의 탄핵 심판을 저지하기 위한 대통령 측의 방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철저하게 시간을 끌어 탄핵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헌재 측에서 증거 채택을 실시했다. 변호사와 함께한 이의 증언들은 모두 증거로 채택되었다. 이는 헌재가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도 검찰과 특검에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조사를 받은 것들에 한해서는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간 끌기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많은 탄핵 사유 중 확실한 것만 취합해 정리하면 탄핵 인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모든 사안을 고민할 필요 없이 수많은 탄핵 이유 중 하나만 사유로서 인정되면 인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시호와 최순실, 그리고 김종이 첫 공판을 받았다. 최순실과 장시호가 한 공간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모든 것을 털고 가겠다는 장시호와 달리 여전히 모든 것을 부정하는 최순실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장시호는 삼성과 연관된 문제를 모두 인정했다. 김종은 자신이 아닌 청와대와 삼성이 알아서 한 것이라 주장했다. 둘과 달리 최순실은 그저 실질적인 소유주인 장시호의 선택이라는 식의 주장만 했다. 자신은 조언만 했을 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부터 수많은 이들의 이권에 개입했지만 조언이지 자신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는 주장의 연속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18일 오전 중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과연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것 인지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 봐도 구속 수사는 당연하다. 다른 재벌들과 달리,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게 특별한 지원을 해왔다는 사실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강압적인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분명한 대가를 노린 행위라는 점에서 이런 전략 역시 무의미하게 다가온다. 더욱 특검은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로 구속영장 발부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법원에서도 '정의'를 외면할 수 없단 점에서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해 보인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박근혜는 삼성만이 아니라 SK와도 거래를 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안종범의 수첩과 통화 내용 등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악용해 재벌 총수의 특별 사면을 대가로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벌 총수의 사면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던 자가, 표리부동하게 경제를 이유로 특별사면을 했다.

이 과정에서 SK 최태원 회장에 요구가 전달되었고, 이를 수락한 최 회장은 특별사면되었다. 이후 박 정권이 추진하는 사업에 거액을 기부하고, 두 재단에도 수백억을 납입한 정황은 이들이 사면 거래를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은 오욕의 역사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져 할리우드를 뒤흔든 이 '매카시즘'은 얼마 가지 못해 검찰 출신 상원의원 매카시의 몰락으로 끝이 났다. 대한민국에도 매카시와 유사한 김기춘이 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김기춘은 박정희를 존경한다. 박정희 역시 김기춘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젊은 검사 김기춘은 독재자의 마음에 들어 초고속 승진을 했고, 그 답례로 수많은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독재 정권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법으로 무장한 김기춘은 그렇게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단 한 번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김기춘의 힘은 그 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김기춘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다시 그 곁으로 들어갔다. 비서실장의 직책으로 실질적인 대통령 역할을 한 김기춘은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윤선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빨갱이'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그 빨갱이는 북한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고를 하는 모든 이들이다. 영화 <변호인>를 보고 분노한 박 정권의 실세들은 CJ를 압박했다. 그렇게 압박해 나온 결과물은 독재시절을 미화하는 영화들이었다. 그 찬양에 가까운 영화들에 박근혜가 찬사를 보낸 것은 그가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보수와 수구'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수구 세력들은 자신들이 보수라고 외친다. 그렇게 그들은 태극기를 앞세워 광장에 나서 박근혜와 최순실을 옹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이들은 집단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압적인 수사나 증거 조작들이 존재한다면 모를까 객관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매카시즘'은 짧고 강렬하게 미국 사회에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매카시즘'은 70년대 박정희 독재 시절만이 아니었다. 두 번의 군사정권에 이어 이명박근혜 시절로 이어져 온 이 길고 긴 역사 속에서 김기춘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이명박 시절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김기춘은 '매카시즘'의 선봉자로 보이는 존재일 뿐이니 말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사회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이를 박근혜 정권의 핵심들이 나서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 정권은 존재 가치가 없다. 김기춘과 조윤선이 부정하고 있지만, 그 증거들은 너무나 많다. 그 많은 증거들은 2017년 현재가 1970년 독재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아니 1950년대 '매카시즘'이 지배하던 그 시절과 뭐가 다른지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의 '경제 공동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던 자들,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사익을 위해 부적절한 자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집단 역시 공범일 수밖에 없다. 허깨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적폐 청산이 중요한 이유는 김기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농락해왔던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김기춘이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