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매각하려고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부정취득한 대표적인 '장물'로 꼽히는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등장했다.

지난 14일 JTBC보도에서 김재경 의원은 "작년 여름 김삼천 이사장이 찾아와 MBC 지분 매각 등과 관련해 도움을 청했다"면서 "김 이사장이 MBC에서 주는 돈이 너무 적어 MBC 지분이라도 팔아서 그 수익금으로 장학금 규모를 늘리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첩보를 전해 듣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문제는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사유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설이 박 대통령의 사유재산 처분을 통한 퇴임 대비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정수장학회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민간에서 부정하게 취득한 장물의 성격이 강하다.

정수장학회는 1959년 1월 부산 기업가 김지태 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에 기원을 둔다. 김지태 씨는 부산일보, 부산 MBC 등을 보유한 거부였는데,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획득한 박정희 정부 하에서 외환관리법, 부정축재처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62년 기소됐다. 박정희 정부는 김지태 씨의 부산일보, 부산MBC 주식 100%와 각종 방송 주식 65.5%, 토지 약 10만 평을 갈취했고, 부일장학회를 5·16장학회로 변경했다. 김지태 씨는 1963년, 1971년, 1980년 등 수 차례에 걸쳐 5·16장학회에 뺏긴 재산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은 MBC 주식 중 30%를 여전히 5·16장학회가 보유하게 했으며, 박정희 유가족의 몫으로 남겼다. 이후 1982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를 따와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다시 변경했다.

이름을 변경한 후 정수장학회는 이관구 전 재건국민운동본부장, 엄민영 전 내무부 장관, 최석채 전 MBC 이사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관리했고, 1995년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를 관리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과화해위원회 등은 정수장학회를 김지태 씨로부터 군사정권이 강탈한 장물이며, 김 씨의 유족들이 벌인 반환 소송에서도 법원은 '강탈'을 인정했으나, 시효가 지난 건으로 환수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으로 약 2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가치는 1조 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각계의 시각이다. 부산일보 지분 100%, MBC 지분 30%, 경향신문사 토지 등이 정수장학회의 주요 자산이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부당 취득한 '장물'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적 '기반'인 셈이다. 특히 정수장학회가 매각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MBC 지분 30%는 최소 3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사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수장학회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JTBC보도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함께한 저녁 자리가 아주 살벌해졌다"면서 "그로 인해 얼마 후 원내수석부대표를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함께 정수장학회 정리를 조언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면서 "유력한 초대 총리 후보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발탁되지 못한 것도 과거사 정리를 언급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정수장학회 등을 직언했다가 좌천된 것이냐는 JTBC의 질문에 "내 입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