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저작권법과 관련해 ‘창작자의 권리’와 동등하게 ‘공정 이용’에 대한 공중의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발효된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권리’만을 강조해 네티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중의 공정이용’이라는 토론이 전개될 전망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6월 5세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육성으로 따라 부른 동영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에 따라 삭제당한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오늘 25일 기자회견에서 “저작권법 28조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삭제된 동영상은 음원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고, 전체 가사 중 31줄 중 후렴구 3줄 가량을 반복적으로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면서 ‘공정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삭제를 요청한 음제협과 삭제하고 재 게재를 거부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 각각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8월 25일 참여연대의 '손담비곡 '미쳤어' 인용UCC 삭제한 네이버와 음제협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권순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이 자리에서 “미 법원은 로이 보이슨의 ‘오, 프리티 워먼’과 음정․박자가 동일한 2LiveCrew의 상업앨범에 수록된 ‘프리티 워먼’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했다”며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이밖에도 “차태현, 김선아 주연의 <해피 에로크리스마스>에 나오는 TV속에서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영상이 그래도 드러난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법원도 ‘공정이용’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박경신 교수는 “이런 판결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 저작물이 일반인들에게 주는 감흥을 재해석해 더 극명하게 만들어 다른 재미를 주는 독립적인 창작물로 보았기 때문”이라며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따라한 동영상의 삭제는 이러한 공정 이용 원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정연순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도 “이번 사건 게시물의 내용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려고 의도하는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 변호사는 “음저협이 네이버에 삭제를 요청하면서 ‘공정이용’에 대한 자문을 받지 않은 채 삭제를 요청을 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법 제103조 6항은 “정당한 권리 없이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른 그 제작물 등이 복제, 전송의 중단이나 재개를 요구하는 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저작권법 103조 3항은 게시물이 게시자의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지체 없이 재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네이버는 저작권법 시행령 42조에 의한 형식적 절차만 고수할 뿐 재 게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는 시행령이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 변호사는 “새로운 저작권법의 시행을 맞아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이용’의 관행과 법리를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이 사건을 통해 저작권의 정당한 행사의 한계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2008년 1월 미국에서 ‘레츠고 크레이지’ 음원을 틀어놓고 한 아기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상에 올렸다가 음원권자의 요청에 의해 삭제돼 음원권자인 Universal Music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미 법원의 판결을 소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1심 판결에서 ‘게시물의 공정 이용 해당 여부를 확인한 이후에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들에 대한 ‘네티즌권리찾기’ 캠페인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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