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 해임의 주요 근거가 됐던 ‘업무상 배임’ 혐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일선 KBS PD가 “권력과 야합해 정연주 사장에게 ‘배임’의 누명을 씌운 KBS내부 구성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KBS 강릉방송국 강명욱 PD는 20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정 사장을 무고한 자들, 왜 말이 없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정권과 검찰만이 아니다. 당시 불순한 목적으로 가장 먼저 정 사장에게 배임이라는 누명을 씌웠던 세력이야말로 징계받아야 한다”며 “그들은 (정연주 사장 퇴출을 위해) 이름 석자를 주저없이 내걸었고, 사장이 바뀌자 상당수가 보직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 PD는 “당시 그들은 ‘정연주 나가야 KBS 산다’는 말을 늘상 입에 달고 다녔지만, 현재 KBS는 굳건하게 지켜오던 신뢰를 잃어버리고 희망없는 조직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며 “이제와서 공영방송법 제정과 수신료 인상에 힘을 모으자고 하지만, ‘그물에 걸린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권력에 순응하는 현재 모습으로는 공영방송법과 수신료 인상에 대한 기대는 신기루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강 PD는 “근거가 허약한 주장으로 사장에 누명을 씌움으로써 더럽혀진 KBS의 명예와 이미지는 정 사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서 쉽게 회복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는 공영방송법과 수신료 인상을 빌미로 사내의 비판 목소리를 억압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해 자리보전을 꾀하려는 자들의 기도를 더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PD는 다음아고라와 사내게시판에서 사측과 정부를 비판한 글을 올려 중징계를 받은 KBS 직원 황보영근씨와 관련해 “박약한 근거로 조직의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행위와, 사심없이 인터넷에 익명으로 생각을 밝힌 행위 중 어느 쪽이 징계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라며 “이병순 사장은 황씨에 대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PD는 지난 6월 “신태섭 KBS 이사를 해임하고 후임에 강성철 보궐이사를 임명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도 사내게시판에서 “이병순 사장은 어떤 법적 정당성을 근거로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느냐”라며 “만약 답을 할 수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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