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공조에 나서자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수입허가 반송 결정을 내리는 등 ‘무역보복’이 의심 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는 이 같은 상황의 전말은 빼놓은 채 청와대가 내놓은 입장만을 보도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11일 <韓·美 "사드 배치 예정대로, 북핵 용납 못 해">(9번째, 현원섭 기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회동한 사실을 전했다. 이 둘의 만남은 10일 이뤄진 것으로, <뉴스데스크>의 리포트는 11일 김 실장이 워싱턴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전한 것이다.

▲11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캡쳐.

현원섭 기자는 리포트에서 “두 사람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면서 “김 실장은 ‘사드배치는 자주권에 해당하며 중국 반대에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 실장은) 미국도 사드배치의 정당성에 대해 중국에 더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면서 “두 사람은 북한 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현 기자는 리포트 말미에 “퇴임을 앞둔 오바마 정부의 케리 국무장관은 트럼프 정부에서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 두 배로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미국 신구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북핵 불용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면서 강경한 대북압박 기조는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외교·안보와 관련된 리포트는 해당 뉴스 한 꼭지뿐이었다. 김 실장의 미국 방문에 대해 중국과 야당 측에서 반발한 사실에 대해서는 한 줄도 실지 않았다. 김 실장의 간담회 발언이 기사화 된 이후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한국이 고집스럽게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을 정말 원치 않는다. 이 문제로 한·중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나온 ‘아태 안보협력정책’ 백서에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야당 역시 중국 ‘사드’, 일본 ‘위안부 소녀상’ 등 외교 분야에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방미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탄핵당한 대통령과 정부가 분명하게 월권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외교적·군사적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미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며 “경제적 문제에선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할 수도 있는데 계속 보복이 들어오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3~4개월 후에 설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중앙일보>(4면 기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 동안 외교부와 국방부가 미국만 바라봤던 게 중국·일본과 갈등을 야기한 원인”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최악인 만큼 이를 막아야 하는데 사드의 차질 없는 배치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에 대한 중국 측의 ‘무역보복’ 의심 조치는 날로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국내 화장품 19개에 대해 휘생허가 등록서증명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수입허가를 내리지 않고 반송했다. 이밖에도 지난달 말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고, 최대 성수기에 한국 3개 항공사가 신청한 전세기 운항도 불허했다.

이 같이 외교적으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MBC<뉴스데스크>는 김 실장의 발언만을 전했다. MBC가 외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권의 말만 전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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