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MB의 닮은꼴 개혁’이라니, 자극적인 제목이다. 오바마와 MB를 나란히 놓고 닮은 점을 그것도 ‘개혁’이라는 말까지 붙여놓다니. 문제의 글은 최상연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20일 중앙일보 ‘글로벌아이’ 꼭지에 쓴 칼럼이다.

8월20일자 중앙일보 38면

최상연 특파원은 오바마의 의료개혁과 이명박의 민영화를 소재로 사용했다. 부적절하다. 칼럼에서 “개혁의 취지나 대의가 옳다고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고 했는데, 유감이지만 두 개혁의 취지와 대의는 완전 다르다.

오바마의 의료개혁은 공보험(public option)을 신설해 공영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병행하는 것으로, 의료보험을 받지 못하는 15%에 해당하는 4500만 국민에게도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경쟁하되 국가가 건강보험상품거래소(Health Insurance Exchange)를 설립해 운영의 묘를 살린다는 것이 오바마의 생각이다.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 측은 ‘사회주의 의료 배급제’라며 비난의 날을 세우는 모양이다.

한편 이명박의 민영화 개혁은 사회공공성 영역을 시장에 내다팔아 돈벌이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과 자본을 위한 것이다. 같은 ‘개혁’이라도 성격은 정반대다.

가령 18일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보고에 따르면, 송.배전 및 전력판매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과 적정규모의 발전 자회사를 부분 통합해 전력산업의 ‘글로벌 챔피언’을 육성하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발전 자회사가 분할된 현재의 전력산업체제에서는 실질적 운영 조율에 한계가 있고 전기 소매시장에서 경쟁효과가 없다는 진단에 기인한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관리인력 등 중복 부문 해소로 연간 2천억 원, 연료 구매시 구매력 증대로 연간 3천100억∼6천억 원, R&D 통합 등으로 1천200억∼1천500억 원 등 총 6천300억∼9천500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예고한다.

이처럼 사람을 잘라 돈을 벌겠다는 것이 민영화 개혁의 기본 요소이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안은 부자한테 세금을 더 걷어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같이 놓고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최상연 특파원은 “의료개혁으로 진퇴양난에 처한 오바마 정부나 1년 전 MB 정부나 개혁의 취지에선 박수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1년 전에 이명박이 누구한테 어떤 박수를 받았단 말인지.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지지율은 4월 57%, 6월 53%, 7월 49% 등으로 하락(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여론조사)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 비율만큼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떨어지긴 했으나 가장 최근에도 59%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안 지지율 하락과 관련, 박형근 제주의대 교수는 최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게재한 글에서 “오바마 의료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진영 인사들이 집단적으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하는 타운 홀 미팅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행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의료보험회사들이 뒷돈을 대고, 공화당 등 보수우파들이 조직적으로 선동”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고 쓰고 있다.

아울러 “(오바마가) 한편에서는 당적 협력과 합의를 주창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의 운동이 이 순간을 위해서 조직된 것’이라며 자신을 지지했던 풀뿌리 운동 조직의 동참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 전면전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연말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오바마의 국정 지지율이 왕창 떨어진 것은 아니다.

1년 전, 그러니까 집권 6개월 즈음 이명박 대통령은 어땠나. 미국과 광우병 쇠고기 수입 협상을 얼렁뚱땅 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명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6%대에 불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민영화 개혁은 지지를 받기는커녕 촛불에 밀려 명함조차 꺼내지 못했다.

최상연 특파원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치를 몰랐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요즘 얼굴이 홀쭉해진 오바마 대통령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 아닐까 싶다”며 글을 마쳤다.

얄팍한 속이 훤히 비친다. 오바마의 명성에 기대 이명박을 줄세워 비교하면 뭐가 좀 달라 보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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