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금명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지원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할 예정이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최순실 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재판의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요죄 재판에서 뇌물죄 재판으로 변경되면서 재벌총수들에 대한 뇌물공여죄 재판도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방침…다음 표적은 SK, 롯데

특검은 12일 오전 9시30분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조사한 혐의는 최순실 일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와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다.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위증 혐의도 함께 추궁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8시쯤 22시간여의 강도 높은 특검수사를 받고 일단 귀가했다.

▲12일 특검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재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곧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경향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와 국회위증 혐의로 구속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최순실 씨 모녀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지난해 9월까지 78억 원,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204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했다. 특검은 최 씨 일가 지원의 대가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결정적 역할을 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간 주가를 낮추기 위해,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 삼성물산의 실적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의 2조 원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가 합병안 통과 열흘 뒤인 7월 28일 밝혀졌지만 실제로는 합병 이전인 5월 13일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특검은 삼성 뇌물 의혹 수사를 일단락하고, 다음 주부터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이 사면되기 직전인 2015년 8월 10일 김영태 SK 부회장은 "왕 회장은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도 짐이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최 회장에게 전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 회장의 사면을 결정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하게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회장이 사면된 직후인 8월 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SK하이닉스 M14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해 의구심을 더한다.

SK측은 "사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언론에 보도된 '숙제'와 '짐'은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만큼 SK그룹이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특검의 뇌물죄 수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요죄 재판에서 뇌물죄 재판 변경 가능성 높아져

지난 검찰 수사에서 재벌들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일례로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전인성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의 관심사업이고 다른 기업이 참가하는데 어떻게 KT만 반대하느냐"면서 "전경련의 독촉이 너무 심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미르재단 출연을 결정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총수들. (연합뉴스)

재벌들의 일관된 진술의 영향으로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 씨 재판은 강요죄에 대한 재판이다.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 등을 통해 재벌에 지원을 '강요'한 혐의에 대한 재판이란 얘기다. 이 경우 최 씨와 안 전 수석 등은 강요에 의한 뇌물수수죄를 적용받게 되지만, 재벌들은 철저하게 피해자가 되며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없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도 성립은 하지만, 강요에 의해서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그러나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처럼 재벌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의지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공소장 변경, 추가 기소 등의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판의 양상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강요죄 재판이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 등에 대해서만 초점이 잡혀있었다면, 뇌물죄 재판으로 성격이 변경될 경우 주요 재판의 대상이 재벌까지 넓어진다. 재벌 총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증인 또는 참고인에서 피고로 신분이 변경된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재벌들이 지금까지 강요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강요를 받은 것이 돼야 뇌물죄에 대한 근거가 빠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특검의 추가기소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가 끝나면, 현재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강요죄를 빼고 뇌물죄를 추가기소할 경우 재벌들도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어차피 특검이 공판까지는 기간 상 기소할 건 기소하고 미진한 부분은 검찰에 다시 기소를 요청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면 재벌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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