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5년 8·15 광복절 특사 당시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특검은 최 회장 사면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회장이 사면된 직후인 지난 2015년 8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SK하이닉스 M14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최 회장을 만났다. (연합뉴스)

11일 SBS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사흘 전인 지난 2015년 8월 10일 최 회장과 김영태 SK 부회장이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당시 최 회장은 김 부회장의 위로에 "견디기 힘들긴 뭐. 며칠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답했다. 마치 곧 사면될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태 부회장은 "왕 회장은 귀국을 결정했다"며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최태원 회장에게 전했다. 이 대목에 대해 최 회장의 사면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최 회장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구치소 접견은 녹음이 되는 만큼 은어로 대화를 나누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SBS는 '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즉 SBS의 풀이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결정했다. 우리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12일자 한겨레는 특검의 말을 종합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로 하며 경제 살리기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사면으로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에는 유일하게 2015년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돼 8월 14일 출소했다. 이후 SK는 2015년 10월 미르재단에, 지난해 1월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 총수는 절대로 사면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최태원 회장을 풀어준 이유가 결국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 모종의 거래 때문일 거란 의혹이 짙어진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2014년 9월 10일,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 아래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형기 만료 전 선처 방법'으로 '가석방'과 '특별사면'이 있다고 적혀 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최 회장 사면을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박근혜 탄핵소추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20일 경 안종범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일정을 잡으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 24~25일 양일에 걸쳐 7개 그룹 경영진을 만났다. 당시 박 대통령은 김창근 회장을 독대했고, 8월 8일 'SK 사면을 검토하고 특사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자료를 SK 쪽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가성 여부 등에 국정조사 위증 혐의까지 더해 수사하고 있다. 국정조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에 이어 SK도 뇌물죄 적용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K는 대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T는 “언론에 보도된 ’숙제’와 '짐'의 의미는 당시 광복절 특사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는 미르/K스포츠는 언급도 되지 않았던 상황이며 이후 미르/K스포츠에 출연한 것은 전경련 분담 비율에 맞춰서 낸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며 “ 따라서 대가성이 있는 자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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