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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청와대 강요로 돈 내" 진술, 뭘 노렸나'강요죄' 성립되면 '뇌물공여' 피해갈 수도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01.11 16:39
▲미르·K스포츠재단 로고.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미르재단에 11억 원의 출연금을 낸 KT가 '청와대의 관심 사업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청와대의 강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KT임원, "청와대 관심사업인데 어떻게 우리만 반대하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차 재판에서 KT그룹 전인성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의 진술을 공개했다. 전 이사장은 검찰에 2015년 10월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미르재단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출연 제안을 받은 전인성 이사장은 전경련 박찬호 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무는 "중국과 한류 교류를 해야 한다고 해서 시급하다"면서 "20개 대기업이 참여하니 KT도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인성 이사장은 "한 페이지짜리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추진계획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11억 원이 쓰여 있어서, KT 부담금이 11억 원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미르재단을 추진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전인성 이사장은 "청와대의 관심사업이고 다른 기업이 참가하는데 어떻게 KT만 반대하느냐. 전경련의 독촉이 너무 심했다"고 진술했다. 사실상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미르재단 출연을 결정했다고 토로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전인성 이사장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강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특검이 수사 중인 뇌물공여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르재단과 관련해 황창규 KT회장이 받고 있는 업무상 횡령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불법적으로 기업의 재산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시민단체와 KT새노조 측으로 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이 이 사안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주 특검에서 전화가 와 황창규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미르재단 출연 강요, 리커창 방한 때문?

청와대가 이처럼 KT를 비롯한 대기업들에 미르재단 출연을 강제하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31일 리커창 총리의 방한을 코앞에 두고,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만에 속전속결로 설립된 재단이다.

앞서 9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리커창 총리를 만나 한국과 중국을 문화공동시장으로 만들자며, 2000억 원 규모의 문화 관련 벤처펀드로 조성하자고 약속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약속한 미르재단을 문화관련 벤처펀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5년 10월 31일 방한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2015년 11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나온 박병원 위원의 '미르재단 강제모금 비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기도 한 박병원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강압적으로 기금을 걷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은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서"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병원 위원은 국제문화예술교류는 이미 문예위가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집행 중인 사업이라는 점을 밝히며, 사무국가 이사회 운영 등에 추가 비용이 들어갈 별도의 재단 설립이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미르재단'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르재단의 실질적 지배자였던 최순실 씨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비서관에게 "리커창 총리가 곧 방한 예정이고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 당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으로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이를 위해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검찰의 공소장에 포함돼있다.

정호성 비서관은 이 같은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2015년 10월 하순 경으로 예정된 리커창 총리 방한 때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하니 재단 설립을 서둘러라"고 지시했다. 미르재단을 한중 문화교류 관련 벤처펀드로 판단하는 이유다. 최 씨는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독점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대해 검찰과 특검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검은 뇌물죄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현재 최순실 씨에 대한 재판은 '강요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강요죄가 성립이 되면 대기업은 공갈을 당해 돈을 준 것이 되고, 뇌물공여죄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면서 "최순실만 강요의 방법으로 뇌물을 받은, 즉 뇌물수수죄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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