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입이 핵심인 미디어법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글로벌미디어산업육성과 일자리창출을 명분으로 삼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7월 22일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 속에 미디어법이 통과되자 역시 글로벌미디어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들어 “자동차, 반도체 신화를 본보기로 세계적인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진입을 시작하는 정부 여당의 미디어재편 움직임은 정작 명분으로 내건 ‘글로벌미디어산업육성, 일자리창출’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9일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최근 3년간 세계 50대 미디어그룹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세계 미디어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세계 50대 미디어 그룹의 매출이 정체하고 있고 물리적으로 규모를 키운 글로벌 미디어 재벌들도 획기적인 미디어 시장의 확대나 성장 동력의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의 강행 의지와 무관하게 세게 50대 미디어 그룹의 매출은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는 정부의 글로벌미디어그룹 육성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최근 3년간 세계 50대 미디어그룹의 매출 성장률이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4월 독일의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정책 연구소’(Institut für Medien- und Kommunikationspolitik, 이하 IfM)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세계 50대 미디어 기업들의 매출액은 약 3,619억 유로로 2007년(약 3,606억 유로)과 유사한 수준이다.

2007년에도 1.33%로 매우 낮았던 매출액 성장률이 2008년에는 0.36%로 더 떨어졌다. 2008년 72억 3,700만 유로였던 50대 미디어 기업의 매출 평균도 2007년(72억 1,100만 유로)의 수준을 약간 상회할 정도다.

이런 상황과 함께 최근 3년간 세계 50대 미디어그룹의 변동 폭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는 그동안 인수 및 합병의 광풍으로 기업의 이합집산이 활발했지만, 실질적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세계 미디어시장은 기존 미디어그룹에 의해 독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50대 미디어 기업에 등장하는 기업의 수는 총 53개뿐이다. 즉, 3년 동안 새롭게 세계적 선도 그룹으로의 진입에 성공한 기업은 단지 3개에 지나지 않아 국제 경쟁력을 갖춰 기준 미디어그룹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007년 50대 기업 목록에 있던 New York Times Company(New York/ USA)가 사라지고 대신 Nippon Television Network Corporation (Tokyo/ Japan)이 새롭게 진입했으나 이 기업은 2007년 50위 밖으로 밀렸다가 다시 재진입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거대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세계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의 지리적․문화적 기반도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편중되고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세계 50대 기업 중 미국에 본부를 둔 기업이 21개로 전체의 42%에 달하고 다음이 독일로 6개이고, 영국 5개, 프랑스 4개, 일본 4개, 이태리 3개, 네덜란드 2개의 순”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 여당의 글로벌미디어 산업 육성론은 실효성을 떠나 외국 자본의 진입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국내 미디어 소유 규제 완화가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이 외국 자본을 이용하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보다는 거꾸로 국내 미디어 시장의 일방적 개방과 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의 김기범 선임연구원은 “한국 미디어 시장과 산업의 발전, 글로버 미디어 그룹의 육성 등으로 주장되는 미디어 관련법의 명분과는 반대로 국내 기업의 세계 매체 시장으로의 진출은 실현되지 못한 채, 외국 자본에 국내 시장만 개방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거대 미디어 그룹만 육성하여 여론 다양성의 축소만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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