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이 보여준 신들린 연기 능력의 반은, 할머니에 대한 아련한 기억에서 나온 것일 게다. 분장을 하는 과정에서 노화된 모습이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 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듯, 그녀가 표현한 할머니의 모습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김신영의 할머니 연기를 보고 시청자들은 ‘생활 연기의 대가’라고 했다. 신동엽과 함께 가장 완벽한 ‘생활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것.

예능인 기준에서 뽑은 것이지만, 김신영의 생활 연기를 두고 연기를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아마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보일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김신영이라는 인물을 모르는 상태로 좀 더 완벽하게 분장해 우리 주변에서 그녀가 연기를 했다면, 아마도 모두가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SBS 예능 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어떻게 예능인을 배우의 연기력과 비교할 수 있느냐? 하며 의문을 가지는 이도 있겠지만, 그녀의 연기는 현역 배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 놀라움을 주기 충분했다.

굳이 비교해보자면 그녀의 연기력은 연극인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예능인과 배우와의 갭이 크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 그녀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는 연극에서 보여주는 동선이 큰 연기와 닮아 있기에 시청하는 이가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연극무대로 나선다고 해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할머니 연기는 최고 중 최고였다.

리얼 상황극 중 미리 받은 상황에 더해 애드리브를 쳐야만 하는 룰을 받은 출연자. 그 중 이준혁은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영역에서 날고 긴다는 명배우였지만, 김신영의 연기에 바로 눈시울을 적신 것은, 그만큼 애드리브 연기가 실제 기억하는 할머니의 기억과 닮아서였을 게다.

시청자들도 김신영의 연기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할머니라는 공통된 기억’, 절대다수가 기억하는 할머니에 대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추억’, ‘정’이라는 단어를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에 대입하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김신영이 연기한 할머니의 모습은 그녀의 할머니 모습이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과 내가 생각하는 우리 할머니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 빠져들 수밖에 없던 것.

또한, 그녀의 연기 중 할머니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애드리브도 시청자를 놀랍게 한 부분. 대선배 황영희의 요쿠르트 권유에 ‘타사 것은 안 먹는다’는 애드리브는 폭소케 한 장면. 또 다른 컷에서 ‘우리 남편은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집문서도 나눠준다’는 애드리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거라 공감될 수밖에 없던 장면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할머니 모습은 할머니라는 공통된 기억과 닮아 있었다.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똑같이 기억해내며 재연해 내는 연기를 두고 못한다고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연기의 본질인 것인데 그 누가 지적하겠는가.

게다가 애드리브로 연결된 치매 할머니에 대한 설정에서도 그녀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대응해 눈물샘을 자극했다.

김신영의 할머니 연기는 단 1점도 뺄 수 없는 100점짜리 연기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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