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박기영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6일 연임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은 일관되게 “경영실적은 좋지만 최순실 게이트 연루 정황이 악재”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정작 KT새노조 측은 황 회장의 경영성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인터넷 매체 두어 곳만이 KT의 반박자료로 보이는 기사를 게재했다.

KT새노조가 지난달 게재한 ‘황창규 KT 회장 경영평가’에 따르면 황 회장의 경영성과는 ‘무난한’ 수준이다. 매출은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부채비율의 개선으로 재무건전성은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기사화한 곳은 없다. 소수의 매체에서 관련 기사의 참고 자료로 활용한 수준이다. 반면 KT 새노조의 이런 발표를 놓고 “황 회장 연임을 앞둔 시점에서의 악의적 흠집내기”라는 평가를 내린 매체가 몇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황 회장의 경영실적은 어떨까? 먼저 새노조측은 2010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실적을 제시하며 매출액 감소를 지적했다. KT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2년 23조8563억원, 2013년 23조8105억원, 2014년 22조3116억원, 2015년 22조2812억원, 2016년 16조7225억원(3분기 누적 기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단통법의 영향이라는 KT의 반박자료의 해석은 완전히 틀리지 않지만 같은 단통법의 영향을 받은 타사와 비교 했을 때 KT의 매출 하락 폭은 분명히 크다. SKT와 LG유플러스가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매출액이 각각 3.2%, 4.0% 하락한 반면 KT는 6.3% 감소해 2배 가까운 감소폭을 보였다. 2015년에는 이통 3사 모두 0.1% 수준의 근소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SK는 단통법으로 인한 회계 방식 변경이 없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차이가 나는 것”라고 해명했다.

경영성과의 핵심인 영업이익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가장 먼저 새노조가 간과했다고 지적한 단통법으로 인한 효과를 영업이익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단통법 시행으로 KT는 2015년 마케팅 비용을 전년 대비 3400억원 가량 절감했다. 이는 새노조의 주장을 반박한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어 2014년 구조조정으로 8000여명의 직원이 줄어들어 전기 대비 감소한 인건비는 4413억원 수준이다.

이는 인건비 절감과 마케팅 비용만으로 8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KT는 2015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 8393억원 대비 4536억원, 54% 증가한 액수다.

황 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KT는 40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 순손실은 9661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이를 황 회장의 ‘빅배스’로 보고 있다. 선임 초기의 악재로 이후의 성과를 돋보이게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5년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은 4조5792억원 수준이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인 2013년 4조6772억원에 소폭 미달하는 액수다. 영업이익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영업이익은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또, 주목할 점은 구조조정의 효과다. 이는 새노조측이나 KT 사측이나 함께 인정하는 성과이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시적 성과 위주의 경영이란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의 자본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2조8649억원, 11조7902억원, 12조165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자산은 34조8465억원에서 33조7755억원, 29조3411억원으로 2년만에 15.7%(5조5054억원)가 급감했다.

이와 함께 2014년 9조8597억원 수준까지 늘어난 차입금은 2016년 3분기 말 기준 6조1673억원까지 3조6926억원 감소했다. 이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크게 좋아졌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부채로 부채를 상각한 것으로, 쉽게 말해 부채로 영업하던 사업을 정리해 그 돈으로 부채를 상환한 것이다.

투자됐던 현금을 크게 회수했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에 쓴 현금은 2013년 3조7825억원 수준에서 2015년 2조4018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도 2013년 6232억원에서 2015년 1조8011억원으로 늘어났다.

인건비 감소와 마케팅 비용의 감소는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증권가는 지난해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인건비도 2014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호재가 지난해 KT의 실적에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새노조가 경영 실적에 대해 지적하며 지난해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KT직원이 KT에 흠집내기식으로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새노조측은 “2016년 실적은 통신 3사가 모두 호조세를 보였다. 황 회장의 경영 실적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인 칭찬 일색은 지양해야 할 점"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대부분 거짓 해명을 해 도의적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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