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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대한민국에서 나이 들기, 우리 사회 다니엘 블레이크들의 현주소[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01.10 14:41

거리의 시민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노후를 어떻게 보내고 싶냐고? 대부분 지금 먹고 사느라 할 수 없었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를 떠올린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직 노후를 맞이하지 않은 사람들의 천진난만했던 답을 뒤로하고 이어진 다큐는 그 어떤 지옥의 묵시록보다 처연하다. 그런데 그게 바로 2017년 노령인구 14%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MBC 스페셜>은 특별히 새해맞이 특집이라 내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나 혼자 산다>에 이어, 이번 주 <노후, 생각해 보셨나요>는 1인 가구 520만 시대, 노령인구 14%의 대한민국을 가감 없이 진단해 보려는 시도들이다. 거리에선 촛불을 들고 희망을 소망하지만 그 희망이 닿아야 할 지면의 구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랄까? 마치 다큐판, 아니 리얼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다큐는 대한민국의 갑남을녀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대한민국 노년의 처연한 삶을 그려낸다.  

MBC 스페셜 ‘노후, 생각해보셨나요’ 편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는 일하다 쓰러져 심장 이상을 진단받은 후 요양 급여를 받으려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하 영국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는 자신의 자존을 주장하지만 그 자존이 증명되기엔 그의 병은 너무 깊었다. 아니 영국의 복지가 성실하게 살아온 그의 노년을 보상하기엔 너무 편협하달까? 그래도 명목상이나마 영국의 복지는 그 통과의례를 지나면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시작은 49, 회사에서 명퇴하고 사회로 튕겨져 나온 중년의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나이, 그 다음은 50대, 60대, 70대. 나이가 들어가도 여전히 먹고 살아야 하는 '먹고사니즘'은 물론 때론 '부양의 의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평균 은퇴 연령 53세, 그러나 늘어만 가고 있는 기대 수명은 82.2세로 은퇴 후 생존 기간이 30여년 가까이 된다. 1인 최소 노후 생활비 99만원, 부부를 기준으로 하면 160만원, 적정 생활을 유지하려면 225만원. 그렇게 따지면 노년에 최소한 필요자금은 5억 5천만원, 적정한 필요자금은 8억 1천만 원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웬만하지 않고서는 일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노년이다. 이렇게 '돈'이 드는 노년, 우리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돈이 드는 노년, 하지만 가난한 노인들

MBC 스페셜 ‘노후, 생각해보셨나요’ 편

다큐는 몇몇 노인들의 하루를 따라간다. 움직이는 않는 손으로 쇼핑백을 접어가며 돈을 버는 70대, 처음부터 그가 이런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노년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버젓이 집칸이나 지닌 중산층이었다. 아이들도 내로라하는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나 자식 중 한 명에게 닥친 루게릭병, 자식의 병마는 그가 노후 자금으로 마련한 집칸을 들어먹었다. 이제 그는 노숙자 쉼터에서 살며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쇼핑백을 붙이며 자식까지 뒷바라지하는 처지다. 

공공근로로 학교 화장실 청소를 하는 노년의 여성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립대학을 나와 논현동에서 풍족하게 살던 전업주부, 하지만 삼십대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뜨자 그녀는 가장이 되었다. 동네 주부들을 상대로 밍크코트를 팔고, 오십이 넘어 보험모집인을 하며 그래도 돈을 좀 만졌다던 그녀. 하지만 그 돈을 자신의 노후자금 대신 자식들 교육비에 투자했다. 이제 자식은 커서 떠나가고, 그녀에게 남은 건 그런 곳이 있냐고 했던 비닐하우스 단지, 공공근로의 일자리다.

MBC 스페셜 ‘노후, 생각해보셨나요’ 편

번듯한 대학이라면, 고려대학교를 나온 정대윤 할아버지를 따를 사람이 있을까? 대학을 나와 두 달만 벌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던 엘리트로 살던 할아버지는 80년대 국제그룹 해체로 평생직장이던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후에 집을 지어 파는 사업을 하며 돈을 모을 필요도 없이 풍족하게 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불어 닥친 IMF, 두 번의 경제위기는 그에게서 노년의 여유로움 따위를 앗아가 버렸다. 이제 월세 17만원의 임대 아파트에서 기초생활보장 40만원, 노령연금 20만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 1인 최소 노후 생활비에는 한참 모자라다. 

다큐가 보여준 사례는 특별한 노인들의 경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이들, 재산 축적보다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던 그들, 하지만 이제 노년의 그들은 '빈곤하다. 노인 빈곤율 48.4%, OECD 최고인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자리가 없다. 노인들의 단골 직업 아파트 경비원, 한 달에 150만원 남짓을 벌 수 있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인구가 23만 2천 명에 이른다. 그게 아니라면 택시 기사? 70대 김영철 어르신은 말한다. 그 나이대 할 수 있는 게 경비원 아니면 택시 기사 밖에 없다고.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 기사로 일하는 70대 어르신이 두 시간 걸려 배달하고 받은 돈은 2만원 남짓, 그조차도 택배 업체와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어르신에겐 80대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쉬운 처지일 뿐. 십년을 내다보고 벌어놓은 과일 도시락 노점 점포는 하루 수입이 2만원이 안 될 정도로 노년의 벌이는 위태롭다.

MBC 스페셜 ‘노후, 생각해보셨나요’ 편

그래도 새해 소망난에 공공 근로 재계약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건강하면 다행이다. 65세 노인 인구 중 만성 질환자가 89.2%, 노인 1인당 만성질환 평균 2.6개. 노인과 약봉지는 대한민국에선 너무 익숙한 구도이다. 그래도 정신이라도 멀쩡하면 아직은 견딜만하다. 치매라도 온다면? 하지만 노년과 치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7.1%이던 60대 치매 환자가 70대가 되면 21%로 늘어나고 80대 중반을 넘어서면 거의 1/3 수준을 넘는다. 더구나 치매로 인한 가정파탄은 물론 입원비 등 경제적 부담도 크다. 하지만 우리 노년의 치매와 병은 온전히 그 개인과 가족의 부담이다. 

다큐는 덤덤하게 때론 처연하게 노년의 일상을 그려낸다, 그 흔한 다큐의 데코레이팅 같은 외국의 사례조차 없다. 2017년 새해, 해가 바뀌었지만 하루하루 늙어가고, 그렇지만 가난하고 할 일도 줄어들고, 이젠 몸조차 아픈. 그러나 한때 건설입국의 견인차였고, 새마을 운동의 동력이었으며, 홈 스위트 홈의 주역이었던 대한민국 근대사의 주인공들은 이제 병들고 가난에 시달리며 노년을 맞이한다. 그들에겐 다니엘 블레이크가 벽에 자기 이름을 쓰며 항변할 패기조차 사치이다. 

meditator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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