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막 던져서 막 웃겼던 <주간 아이돌> (1월 4일 방송)

MBC every1 <주간 아이돌>

“언제 또 올지 몰라 다 준비한 방송” MBC every1 <주간 아이돌> 제작진은 빅뱅 출연 방송에 대해 이런 자막을 내보냈다. 모든 것을 다 시도하겠다는 제작진의 각오에 대해, 빅뱅 멤버들은 모든 걸 내려놓는 태도로 화답했다.

제작진이 별 것 아닌 것을 준비해도, 빅뱅은 그것을 별 것으로 만들어냈다. 제작진이 준비한 조악한 레드카펫과 앙증맞은 유아용 전동차로, 빅뱅은 자동차에 얹힌 채로 난데없이 입장 퍼포먼스 대결을 펼쳤다. ‘빅뱅 10주년 단체줄넘기 10회’ 미션도 사실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 평범한 미션이다. 그러나 빅뱅이 여기에 ‘막내 승리 몰이’라는 양념을 치자, 꿀잼 미션으로 승화됐다. ‘몰이 당사자’ 승리가 가장 먼저 줄넘기 안으로 들어가자, 형들은 일부러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가는 꼼수를 부렸다. 숱한 시도 끝에 결국 10회 미션은 실패했다. 리더 지디는 다시 도전하겠다는 신인의 자세보다는 “(화면을) 섞어 쓰면 10개로 보이지 않을까요?”라고 협상하는 데뷔 12년차의 노련미를 보여줬다.

MBC every1 <주간 아이돌>

당하는 쪽은 승리만이 아니었다. 멤버들은 틈만 나면 서로를 디스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지디가 탑을 “없어선 안 될 괴짜 예술가”라고 소개하자, 정형돈은 “그럼 없어도 되는 멤버가 있냐”고 물었다.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는 질문. 지디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척 하더니 “1명 정도?”라고 받아쳤다. 대성을 “한국의 강된장”이라고 소개하는 태양의 표현력, 승리를 “빅뱅의 에피소드 머신”이라 소개하는 대성의 표현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대성의 소개 문구처럼, 에피소드 방출에 있어서는 승리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승리는 자신이 운영하는 보컬 아카데미 사업을 접은 이유에 대해 “선생님과 학생이 눈이 맞아서”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내놓으며 지하 3층을 초토화시켰다.

이 모든 재미는 제작진과 빅뱅의 밀당의 결과물이었다. 빅뱅 랜덤 플레이 댄스에 대성의 <대박이야>와 GD의 <삐딱하게>를 넣는 제작진의 당당함과, 안무라기보다는 손짓에 가까운 춤을 추면서도 “공연 때는 이렇게 한다”며 합리화하는 빅뱅의 당당함. 두 가지 힘이 팽팽히 맞서면서 방송의 재미가 극대화됐다. 제작진은 이날 방송을 두고 “티저”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음 주, 제작진과 빅뱅의 협동 극한 직업을 기대해본다.

이 주의 Worst: 과한 자기 자랑, 맥락 없는 개인기 요구 <모란봉클럽> (1월 3일 방송)

TV조선 <모란봉클럽>

지난 3일 방송한 TV조선 <모란봉클럽>에는 지난해 여름 탈북한 前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출연했다. 원래 방송하는 요일까지 바꿔가며 특집 방송을 준비했다. 방영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는 물론, 태영호 공사가 스튜디오에 등장하기 전 패널들끼리 그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모란봉클럽>이 실제로 강조하고 싶었던 건 ‘태영호 공사가 말하는 북한 정권 붕괴 시나리오’가 아닌 태영호 공사가 <모란봉클럽> 애청자였다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MC 김범수는 “(태영호 공사가 <모란봉클럽>을) 시청하는 정도가 아니라 즐겨본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공사에게 던진 첫 질문도 “모란봉클럽 자주 보셨나요?”였다. 태영호 공사와 한진명 前 북한외교관과의 인연을 얘기하는가 싶더니, 다시 성우 안지환이 “모란봉클럽의 어떤 점이 재밌었는지?”라며 물고 늘어졌다. 태영호 공사의 입을 빌어 <모란봉클럽>을 홍보하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했다.

TV조선 <모란봉클럽>

이제 분위기도 부드럽게 풀었으니, 북한 정권이나 북한 핵 보유에 대한 얘기를 하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BS <연예가 중계>가 해외 스타들을 인터뷰할 때 그 스타가 어떤 작품을 찍었든,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든 상관없이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싸이?’를 물었던 것처럼, <모란봉클럽>도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맥락 없이 남한 드라마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하여 어렵게 얻어낸 핵심 정보. 태영호 공사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남한 드라마를 봤다는 사실.

그 다음 질문은 더 가관이었다. 태영호 공사가 노래를 잘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뜬금없이 노래를 시키려고 시도했다. 평범한 탈북민이 아니라 ‘외교관’ 출신 탈북민을 섭외해서 물어본다는 게,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느냐, <모란봉클럽>의 어떤 점이 재미있느냐,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 달라는 질문들이었다.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용 질문이라고 하기엔 거기에 할애한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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