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 KBS <뮤직뱅크>. 흥겨운 ‘카라’의 노래가 끝나고 카메라가 방청객을 향한다. 다음 초대 가수를 소개하기 위해 방청객을 배경으로 서 있던 사회자들을 비추기 위해서다. 그때 화면에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팻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4초 만에 화면에서 사라진다. 그냥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 그 사건이 커져버렸다.

13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KBS 측에서 향후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의 모습을 화면에 담지 말라는 일종의 ‘방청객 촬영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사건은 코미디가 됐다.

▲ 지난 8월 7일 KBS '뮤직뱅크'의 모습. 한 방청객이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KBS
‘생방송’의 묘미는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에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음악프로그램에서 MC들이 가수를 잘못 소개하거나, 가수들이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안무가 틀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갑자기 마이크가 나오지 않거나 무대에 방청객이 난입하기도 했었다. 모두 생방송에서 볼 수 있는 만나게 되는 즐거운 뒷이야기 거리들이다. 이번 건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명박 OUT’이 정치적인 내용이라는 건데….

KBS, 이런 이분법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난 2008년 12월 31일 KBS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KBS는 보신각에 모인 시민들이 들고 있던 이명박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았고, ‘언론악법 철회’ 등의 함성소리를 준비된 ‘박수소리 음향효과’로 대체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오세영 KBS 예능제작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야의 타종) 행사는 우리 국민이 2008년을 보내고 2009년 새해를 맞으면서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축제는 아니지만 그런 의미를 담는 행사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본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리 행사는 시위가 아니지 않나”라며 “가는 해 오는 해를 맞았다는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 2008년 8월 31일 방영된 KBS '뉴스9'의 모습. 뉴스 어깨걸이 화면에 피켓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그 내용은 아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KBS
KBS는 또한 그 이전인 2008년 8월 31일 불교계 법회 당시 방송된 <뉴스9>의 어깨걸이 이지미에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손 팻말이 지워진 채 방영돼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대통령과의 대화’ 제작진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리꾼 여러분이 직접 질문해 주세요’라는 질문코너를 개설했으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글이 이어지자 누리꾼들이 다른 이들이 올린 게시글을 볼 수 없도록 변경해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당시 KBS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볼 수 없어 답답하겠지만 질문을 수렴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한 게시판이니 양해해 달라”고 이야기했었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은 '이명박 OUT’ 피켓 노출로 인한 ‘방청객 촬영금지’ 조치와 무엇이 다른가. 음악프로에서 방청객이 비춰지던 아니던 중요한 것은 ‘가수들이 노래만 부르면 되고’, ‘타종 행사에서는 그냥 타종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그 안에 있었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내 알바가 아니고’라는 것이다.

또 다르게 이야기해보면 시위나 집회는 특정 장소에서만 하라는 말인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장소가 어디 있기나 한가 말이다. 광장에서 기자회견 도중 연행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KBS가 “집회는 집회장”에서를 외치고자 한다면, 적어도 한국사회 표현의 자유가, 집회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언론으로써 그 역할을 다 한 이후여야 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데, KBS의 입장이 궁금하다. ‘이명박 OUT’ 피켓은 어디서 들면 되나요?

참, MBC <뉴스데스크> 역시 어깨걸이 화면에서 ‘학살만행 이명박 퇴진’, ‘김석기 원세훈 구속수사’ 등의 손팻말 내용을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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