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신임 이사장이 MBC를 타이타닉호에 비유,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MBC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MBC의 위기가 안팎에서 크게 논의되고 있다”며 그 예로 경영, 콘텐츠, 신뢰의 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미디어 시장에서 새로운 매체의 증가와 경기 악화도 있지만 MBC는 누적된 적자 등으로 경영의 위기가 있다”며 “MBC는 전통적으로 드라마 왕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언제부턴가 KBS가 앞질렀고, SBS에도 뒤쳐진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시사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매체 4위로 뽑힐 정도로 MBC에 대한 불신 정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 김우룡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선영

그는 또 “최근 엄기영 사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도를 가겠다’는 말을 했는데 뒤집어보면 정도를 걷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 아니냐”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것은 가상하지만 임금을 깎는 미봉책으로 MBC를 거듭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PD수첩> 보도와 관련해서는 “신뢰의 문제 가운데 있는 게 <PD수첩>”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로) 방송통신심의워원회의 대국민 사과, 명예훼손 소송을 비롯해 손해배상 소송 등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쇠고기 업자들의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신뢰 추락이라 볼 수도 있고, 그런 의미에서 신뢰받는 방송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지향해야 할 가장 큰 것은 객관성과 정확성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공중파가 제한적인 전파를 할당 받아서 그저 안주하던 시대는 끝나야 하고, 사람의 생각이 바뀌든 윤리 미디어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해서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 사랑하는 후배들인 경영진의 거취를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못 말하면 오해가 생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전임 방문진이 △경영구조 개편안 △투자 계획 △신사옥 등 부동산 관리 △민영 미디어렙 △경영 개선 사안 △인사제도 △감사 강화 등 중요한 문제들을 숙제로 남기고 갔다”며 “오는 19일과20일 사장 이하 임원진들에게 현황 등을 보고 받은 뒤 누구 책임인지를 논해야지 함부로 이러한 저러한 이야기를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 소유 구조 “모든 경우의 수 열려 있어”

▲ 김우룡 이사장 ⓒ송선영

김 이사장은 MBC 민영화를 비롯한 소유 구조와 관련해 “MBC에 대한 100% 민영화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모든 경우의 수는 열려있다. 뭐든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MBC 소유 구조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그는 “방문진을 뼈대로 하는 공영적 민영체제가 바람직하다”면서도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견 수렴 절차와 MBC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가 있고 법률적, 회계상 문제가 많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BC 종사자들조차도 ‘이대로는 안 되지 않냐’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검토해 가장 바람직 한 게 뭔지 모색하겠다. 전문가, 회계사, 증권회사, 컨설팅 회사 등 (자문을 받고) 필요하다면 테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온건 합리주의자”라며 “(일각에서 MBC를 점령한다고 하는데) 방문진 사무실을 가보니 손바닥만 해서 점령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전 내정설 부인 “MBC만이 나의 유일한 배경”

그는 이사장 사전 내정설에 대해 “임명 받기 전날까지 이에 대해 전혀 언질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일찍 이름이 거론 돼 온갖 음해와 구설에 올랐다”며 “혼자만 단혹 후보로 노출이 돼서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왜 내가 계속 거론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MBC 출신이고, 방송에 대해 잘 알고, 방문진 이사를 비롯한 일부 직책을 역임했기기에 유력하지 않겠냐’ 해서 여기저기서 거명한 모양”이라며 “(이사 선임 전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본 일이 없고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MBC만이 나의 유일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의 포부에 대해선 “MBC는 어떤 면에서 콜럼버스”라며 “탐험을 나설 때 망망대해에 있어 어디서 왔는지, 어디와 있는지, 어디로 가있는 지 모른다. MBC가 신대륙을 발견하도록 적은 힘이나마 견인차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