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정치적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1월 중순 공청회를 거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다. 그러나 언론장악방지법의 처리 전망은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주호영 개혁보수신당 원내대표와 김환균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신당, 언론장악방지법 처리 입장 '유보'

지난 3일 김환균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은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장악방지법은) 여야,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헌법정신에 따라 언론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광장에 모인 촛불도 언론문제를 얘기한다. 의견을 잘 수렴해달라"고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며 김환균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원내대표 개인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의원들끼리 토론하는 과정에서 당론이 되는 것도 있고, 의원들이 자유롭게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한 보수신당 창당준비회의가 실시한 언론장악방지법,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반대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구 보수신당 정책위의장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에 대해 "정치적인 이슈이고, 노사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있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보수신당 의원 중 미방위 소속 위원인 김재경 의원 측은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찬반의견을 더 수렴해보겠다는 입장이다. 5일 김재경 의원실 관계자는 "미방위가 법안을 심의해야 하기 때문에 찬반입장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모두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장을 하나로 정해 놓으면 예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서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보수신당 내부적으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함에 따라 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비박계의 새누리당 탈당으로 만들어진 4당체제가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김환균 위원장은 "우리는 (보수신당에) 언론장악방지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를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아직은 의견 수렴하겠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끊임없이 보수신당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장악방지법은 진보·보수와 관련 없이 공익성을 키우고 중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하자는 법안인데, 보수신당이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보수신당이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개혁보수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수구 기득권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유승민 의원은 MBC 사태 때도 그랬고, 몇 차례에 걸쳐 법안 개정 필요성을 동의한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유 의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안광한 MBC 사장. 이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헤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장악방지법 늦어지면 공영방송 조기대선에 이용될 수도

언론장악방지법 처리가 지연될 경우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차기 대선에서 또 다시 정부여당의 확성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언론장악방지법 논의조차 막을 때 2월 있을 MBC 사장 선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현행법상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사장 선출은 정부 여당에 편향적인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KBS 사장을 임면하는 KBS 이사회는 여야 추천이사 7대4 비율로 이뤄져 있고,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역시 청와대 3명, 여당 3명, 야당 3명의 이사를 각각 추천하게 돼 있다. 정부여당의 입김이 공영방송에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언론장악방지법은 이러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중립적으로 개선하는 게 핵심 골자로 올 봄 19대 대선이 치러질 것이 유력해지면서 여당이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예상 시기는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탄핵 인용 후 60일 후 조기대선을 치르게 돼 있기 때문에, 19대 대선은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부칙에 따라 공포 3개월 후 새로운 이사회와 사장을 뽑아야 한다. 오는 9일 열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4월에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이 선출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여당이 현재 체제의 공영방송을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최대한 늦추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방송의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을 보수신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정치적 이슈'라고 규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는 지난 12월 새누리당이 미방위 개의를 거부하자 "2월 MBC 사장 선출, 3월 종편 재승인, 늦어도 내년 6월에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 조기대선까지 치르고 나서 언론장악방지법을 심사하자는 시간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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