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인 ‘에이미트’가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배우 김민선씨도 ‘에이미트’에 의해 3억 원이라는 소송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촛불정국 당시인 5월 1일 김민선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글을 올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에이미트의 주장이다.

문득 ‘그렇게 장사가 안됐었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언젠가 “없어서 못 팔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던 것 같기도 한데…. 그동안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기사들을 훑어봤다.

▲ 8월 11일자 동아일보 27면 기사

7월 1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 “벌써 팔렸다”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08년 여름.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19일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며 졸속협상에 대한 사과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5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행조건에 대한 고시가 발표됐고 7월 1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재개된다.

당시 ‘에이미트’ 역시 본사 직영 정육점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200kg을 시범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당일과 그 다음날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실렸다.

△美 쇠고기 벌써 팔렸다_파이낸셜뉴스
△美 쇠고기 유통, “6시간만에 200kg 다 팔려”_아시아경제
△“美 쇠고기 200kg 6시간만에 동났다”_서울파이낸스
△“美 쇠고기 찾는 소비자 문의전화 많다”_머니투데이
△갈비살 600g 1만5천원…美쇠고기 첫날 동났다_매일신문
△<美 쇠고기 판매 ‘에이미트’ “성업 중”>(종합)_연합뉴스
△美쇠고기 판매 정육점 일가 ‘돈방석’_머니투데이
△“서민도 쇠고기 회식 해보자”_한국경제
△美 쇠고기, 이틀동안 8000인분 팔렸다…오늘 ‘대량 유통 본격’_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사러온 소비자들 “등심ㆍ국거리 더 없어요?”_매일경제

참 많이도 팔렸다. ‘벌써’ 팔렸고, ‘다’ 팔렸으며, ‘동’ 났다.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문의전화도 참으로 많았고, 문의를 넘어 “국거리 더 없는지”를 살피는 모습도 보인다.

그 중 “하루종일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면서 종업원의 말을 빌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양, 의정부 등에서도 찾아온다.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국거리를 사러 왔다가도 등심만 남아있다는 말에 등심을 사 가곤 한다”는 ‘에이미트’의 인터뷰도 눈에 띈다. 특히 <머니투데이>가 ‘돈방석’에 앉았다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 정육점 일가가 바로 ‘에이미트’였다.

▲ 머니투데이의 2008년 7월 6일 1면 기사(좌), 2008년 7월 9일 21면 기사(우)-인터넷 기사 제목은 “美쇠고기 판매 정육점 일가 ‘돈방석’”
이런 언론 보도를 봤을 때, 2008년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이상 무’였다.

LA갈비 “없어서 못 팔았다”

그러던 중 2008년 8월 11일에는 드디어(?)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14일에는 본격적으로 LA갈비가 유통된다. 이들이 판매는 어땠나? 소비자들이 외면했을까? 이 또한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해보자.

△미국산 쇠고기 인기, 왜?_헤럴드 생생뉴스
△육질 부드럽고 고소 한국인 입맛에 익숙_헤럴드경제
△수입업체 “LA갈비 없어서 못 팔아” 미국산, 뉴질랜드산 제치고 2위_중앙일보
△<르포>“미국산 쇠고기 너무 싸요”_뉴시스
△올해 추석상, 미국산 쇠고기가 점령_아시아투데이
△LA갈비 먹고 싶은데 어디서 팔지_매일경제
△[단독]국내 식육 수입시장 미국산이 완전 점령_서울신문

▲ 2008년 8월 19일 중앙일보 8면 기사
참으로 친절한 뉴스들이 아닐까 싶다. <헤럴드 생생뉴스>는 “방목을 하는 호주, 뉴질랜드산보다 육질이 한우와 비슷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이 뉴스에서 에이미트 박창규 대표는 “추석시즌을 맞아 갈비 선물세트 등 소비자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추석 때 평소보다 40% 정도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입업체 ‘LA갈비 없어서 못 팔아’ 미국산, 뉴질랜드산 제치고 2위”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또 에이미트 박창규 대표의 “LA갈비는 물량이 없어 대리점에 주지 못한다”는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뉴시스>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아가고 있는 추세여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마저 내비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친절하게도 <매일경제>는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어디서 얼마에 사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면서 명확하게 어느 역의 어디로 가라고까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렇듯 LA 갈비 판매에도 이상이 없었다. 마치 아래와 같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 바보가 될 정도로 말이다.

△미 쇠고기 “문의만 있고 실구매는 아직”_광주드림
△“미 쇠고기 특수? 시장이 다 죽었는데”_오마이뉴스
△뼈없는 쇠고기 대부분 ‘창고에’_파이낸셜뉴스

2009년 들어서면서, “소비자가 외면” 기사 쏟아져

그런데 이상하게도 2009년 들어오면서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빨간 불이 켜진다.

△미국산 쇠고기 ‘나홀로 하락세’_서울경제
△미국 쇠고기 전문식당 1년도 안 돼 문닫은 이유_오마이뉴스
△검역 불합격 68%가 미국산_한겨레21
△美쇠고기 수입업자의 절규_매일경제
△美 쇠고기 할인행사에도 매장 차분_동아일보
△美 쇠고기 판매 6개월 “소비자는 외면했다”_노컷뉴스
△‘괴담’ 못떨친 美쇠고기…반값 덤핑·逆수출_한국경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감소세_세계일보

미국산 쇠고기를 최초 판매했던 ‘다미소’ 양재점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다미소 양재점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를 안 드시려는 분들도 있지만 경기 침체 영향이 가장 크다”며 “그때부터 회식을 하러 오는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에이미트’의 박창규 대표는 또한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외식산업 전체가 피해를 받지 않았냐”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반응이나 우려 때문에 지점들이 문을 닫은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갈비탕에 쓰는 미국산 갈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말도 남겼다. 이 기사는 올 3월 26일 기사였다.

그리고 불과 보름이 지난 4월 10일 <매일경제>의 ‘미쇠고기 수입업자의 절규’ 기사에서 다시 ‘에이미트’ 이름이 들먹거려지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이 과장되면서 판매부진과 늘어나는 경영압박으로 근 10년간 애면글면 키워 왔던 기업이 50억 원 손해를 입고 부도나 올해 1월 29일 최종 폐업 처리됐다”는 ‘미트마트인터내셔날’의 최 대표. 그는 모든 책임을 ‘방송’에 떠넘겼다. 그리고 박창규 에이미트 회장과 함께 PD수첩 방영으로 입은 구체적인 피해액을 집계한 뒤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 이후 나온 기사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 부진을 ‘경제침체’보다는 ‘광우병괴담’으로 맞춰졌고, <PD수첩>과 김민선씨는 결국 피소당했다.

▲ 2009년 6월 22일 한국경제 2면 기사

미국산 쇠고기 뉴스를 다룬 언론매체의 역할은 ‘홍보’ or (?)

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있어서 언론매체는 어떤 역할을 했다고 봐야할까? 이 또한 <오마이뉴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매스컴 타고 할 땐 괜찮았는데 점점 장사가 안 됐어”라는 다미소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의 말.

결국 김모씨의 말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되면서 없어서 못 팔았다는 것은 언론매체의 적극적인 홍보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고, 판매가 점점 줄어들자 이번에는 그 책임을 다시 <PD수첩>과 김민선씨에게 덧씌워졌다는 것이다. 이 또한 언론매체들에 의해서. 그것도 <PD수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것이란 사실을 안 채로 말이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가 “없어서 못 판다”며 광적인 ‘홍보’ 기사들로 넘쳐날 때, “문의만 있고 실 구매는 아직”, “뼈없는 쇠고기는 ‘창고’에”있다는 진실된 기사로 바보 된 언론사들과 그 잘 팔린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한번 먹어볼까’했던 소비자들만 우롱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에 제소를 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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